업종 변경 요건 완화 불구 제한은 완전 폐지 주장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정부가 중견‧중소기업계의 숙원인 가업승계제도 개편에 화답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가업상속공제 관련 요건 완화와 증여세 과세특례 개선 등을 준비해왔다.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기업인들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제도의 모순을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했지만, 규제를 완화해 100년 이상 지속될 장수기업이 탄생할 발판을 마련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가업승계 문턱을 낮춰 연속성을 높이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24일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피상속인이 가업을 상속하는 경우 가업상속재산을 일정 한도로 과세가액에서 공제하는 가업상속공제는 확대한다. 적용 대상을 매출액 4000억원 미만 기업에서 1조원 미만으로 늘리고, 공제 한도도 30년 이상 영위한 경우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한다. 가업승계 시 상속세와 증여세 납부를 유예할 수 있는 제도도 신설한다.
증여세 과세특례도 일부 변경된다. 특례한도는 현행 1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으로 증액된다. 세율은 기존 30억원 이하 10%에서 60억원 이상 10%로 상향된다. 취임요건은 기존 5년 이내에서 3년 이내로 줄였다.
상속‧증여세 납부유예도 신설됐다. 적용 대상은 가업상속공제(증여세과세특례) 요건 충족 중소기업이다. 가업상속공제(증여세과세특례)를 받지 않아야 한다. 상속‧증여세 납부는 상속인(수증자)이 가업상속재산을 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유예된다. 업종유지요건도 사라진다.
국내 가업상속공제 활용 건수는 연평균 85건으로, 독일(1만1000건)이나 영국(2600건) 등에 못 미친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상속인은 ‘사후 관리기간’ 7년 동안 지분이 감소하지 않아야 하고, 자산의 20%(5년 이내는 10%) 이상을 처분하면 안 된다. 1년 이상 휴업·폐업하지 않아야 하고, 근로자 수도 유지해야 한다. 지켜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 국내 활용 건수가 적다는 뜻이다.
현장에서의 애로사항도 일부 해결될 전망이다. 지난 1973년 설립된 욕실 자재 전문기업 와토스코리아는 가업상속공제의 업종제한에 어려움을 겪었다. 부속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완성품을 생산‧판매하려면 중분류 코드에 제한을 받았다. 와토스코리아에 따르면 양변기와 세면기의 부속품을 생산. 중분류코드가 22다. 하지만 양변기 제조에 사용되는 세라믹은 23, 수도꼭지는 25로 업종제한의 영향을 받았다.
기존 제도는 사전(대분류)과 사후(중분류)로 분류됐지만, 개편 이후에는 사전‧사후 모두 대분류로 변경됐다. 가업승계 공제를 받았을 경우, 새로운 업종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다만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기술서비스 융합 가속화와 생산인구 감소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혁신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업종 변경 제한 요건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며 “고용유지 요건을 4년 통산 80%로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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