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용 지출 감소·상용화 초점 둔 제도 출범 예정
비대면 의료 제도화 논의 없어…사업성 여전히 ‘깜깜’
[매일일보 이용 기자]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 관련 사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24일 정부 등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1일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의약 분야 관련 업체·협회·학계·소비자단체와 의논을 거쳐 의약·의료기기 산업 규제 혁신과 관련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았다. 대표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신속 개발 지원 △디지털헬스기기 등 신기술 의료기기 새 분류제도 도입 △혁신의료기기 지정 대상 확대 등을 위해 규제 해소·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의약 분야는 규제 수준에 따라 시장의 경쟁력이 좌우될 정도로 규제가 중요하다”며 “식약처의 규제가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계속 혁신하고 개선해 업계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주요 규제혁신과제로 △신산업 지원 △민생불편․부담 개선 △국제조화 △절차적 규제 개선 4개 분야의 20개 과제를 소개했다.
업계에서 가장 기대 받고 있는 것은 ‘한시 품목 분류제도’ 도입이다. 현재 소분류 품목분류가 없는 의료기기를 개발할 때, 유사한 중분류로 허가 신청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다만 기존의 다른 제품과 동등성 여부를 비교할 수가 없어 임상자료를 제출해야 해 신속한 제품화가 어려웠다. 특히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벤처 바이오사는 자료 제출에 많은 시간·비용이 소모돼 사업성을 잃는 등의 고초를 겪어야 했다.
한시 품목 분류제도가 도입되면 품목이 새로 고시되기 전까지 한시품목으로 분류 받을 수 있다. 허가신청이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개선돼 벤처사의 부담을 크게 덜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신개발의료기기 또는 희소의료기기에만 적용 중인 ‘사전검토제도’를 임상시험용 의료기기와 혁신의료기기까지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식약처는 사전검토 대상을 확대하면 신속 제품화 가능 및 산업활성화가 가능해져 연간 약 380건 이상의 제품화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e-label'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기업이 기존 인쇄물 형태의 라벨에 들이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했다. 'e-label'이 도입되면 국민은 변경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기업은 첨부문서 등의 제작·인쇄에 동반되는 비용과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켰던 과도한 행정 절차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는 기업의 과도한 행정 과정을 방지하기 위해 ‘체외진단기기 임상적 성능시험 신청자료 간소화’와 ‘국가출하승인 시료채취 절차의 민간 이양’에 대해 적극 검토 중이다.
토론회에 참여한 업계·학계·소비자단체는 정부가 발 빠르게 내부토론을 거쳐 규제혁신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그간 기업의 해묵은 과제에 대한 개선방안이 만들어졌다는 점에 대해 업계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업계는 식약처가 발표한 과제 외에도 여러 개선이 필요한 과제들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19 재유행을 코앞에 둔 현재, 여전히 비대면 의료 제도화에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로 지목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지역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비대면 의료 확대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와 약학계의 반대에 부딪혀 여전히 관련 산업 제도화에 머뭇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보건복지부는 제도화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한시적’으로나마 허용된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공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면 모바일 플랫폼 관계자는 “정부는 의료계의 반대를 핑계로 약속했던 제도화를 미루고 아무 대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이러면 기업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차라리 의료계가 원하는 대로 명확한 규제 방안을 내놓으면 이에 맞춰 사업 판도를 짤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