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전용 생산 거점 증설…연내 혁신 신제품 출격
‘테이블웨어’도 막걸리와 페어링…예술가와 협업 확대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막걸리’하면 ‘아저씨 술’, ‘파전’이란 이미지가 떠오른다. 막걸리 제조‧유통 기업 지평주조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막걸리 맡김차림(오마카세)에 도전했다.
23일 지평주조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오픈한 고급 한식 맡김차림 레스토랑 ‘푼주’에서 ‘한국 술 페어링’을 선보였다. 코스가 진행되는 2시간 동안 막걸리에 대한 관념과 인식에서 탈피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이색 협업, 혁신적 신제품 선공개, 소비자 피드백 수집 등 푼주는 향후 지평주조의 전통주 사업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김세진 푼주 오너셰프는 한국외식창업개발원 지정 대한민국 요리명인 제33호다. 최연소 육수 부문 명인으로, 서울 이태원 요리주점 ‘초승달’의 대표 겸 셰프다. 메뉴와 주방, 인테리어 등 푼주 곳곳에선 김 셰프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공간과 식기에도 공을 들였다. 리움미술관 리움스토어와 협업해 전상근 전통공예작가의 수저, 잔, 그릇 등을 활용했다. 메뉴와 주종에 따라 김 셰프가 직접 식기를 선정해 플레이팅한다. 김 셰프는 ‘보는 즐거움’ 역시 한식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무명 작가들과의 상생 프로젝트도 진행할 방침이다. 매장 곳곳엔 테이블웨어로 전시 공간을 마련했으며, 추후 방문객 대상으로 판매도 예정 중이다.
푼주에선 지평주조의 프리미엄 신제품 ‘부의주’, ‘석탄주’, ‘백화주’ 등 3종을 맛볼 수 있다. 조상들이 즐기던 전통 막걸리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상품이다. 해당 막걸리 3종은 푼주와 경리단길 초승달에서만 선보이며, 각 매장에서 종류별로 60병씩만 판매한다. 춘천 소재에 푼주 전용 술을 만들기 위한 공장을 설립하고 가동 준비 중에 있으며, 오는 12월 초~중순 신제품을 추가 출시할 예정이다.
푼주 막걸리는 매장에서 요청하는 즉시 만들어지며, 별도의 방부제 등 첨가제를 일체 넣지 않아 유통 기한이 최대 3주에 불과하다. 지평주조는 추후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전국 유통 및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판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코스의 시작은 ‘부의주’가 열었다. 현대에 ‘동동주’로 알려진 전통 막걸리의 한 종류다. 영어 작명은 ‘Korean Harmony Velvet’으로, 식전‧식중 요리의 경계를 아우르는 포용력 넓은 맛이란 뜻이다.
실제로 부의주는 식전 샐러드, 빵과 계란찜 등 전채요리부터 메인디쉬 직전 타파스(식사 전 술에 곁들이는 한입거리 음식)까지 적절히 페어링되며 마리아주(음식과 술의 궁합) 퀄리티를 높였다.
애피타이저는 단 맛이 강한 양배추에 보리 된장을 싸먹는 샐러드와 바게트다. 된장은 배부르고 녹진한 막걸리와 어우러지도록 짠 맛이 강한 한국 된장이 아닌 일본식 된장을 사용했다. 호밀 바게트는 ‘지평생막걸리’로 발효해 만들었으며, 서리태 콩으로 만든 버터를 곁들이니 식감과 풍미가 극대화됐다.
‘계란찜’ 스타터는 김 장아지와 전복, 처빌 허브, 트러플 오일 등으로 맛을 냈다. 계란의 깨진 모양을 형상화한 맞춤 접시도 예술가와 협업해 제작했다.
푼주의 시그니처 메뉴 ‘주병합’은 ‘석탄주’와 함께 나온다. 주병합은 겉으로 봤을 땐 주병(술병)이지만, 4단으로 분리하면 각각의 유니크한 그릇이 된다. 말린 파인애플, 김부각과 아귀간 간새우, 문어 숙회와 당근퓨레, 감태에 싸먹는 참치육회 등으로 구성됐다.
석탄주는 12도로, 일반 막걸리 도수보다 2배 세며, 부의주, 백화주 보단 3.5도 높다. 청량감이 좋아 입안을 정리하기 좋은 술로, 메인 디쉬에 어울린다. 메인 요리는 숙성 도미, 잿방어, 오이 장아찌‧고수 절임 등 ‘삼합’과 이태리 피에몬테에서 영감을 얻어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비름 나물 오일 통새우 전’, ‘3찬 보쌈’ 등이다.
가장 ‘한식 코스’답고 특색있는 코스는 ‘해장국’이다. 파와 고송버섯(표고+송이버섯)을 활용한 해장국, 조미밥까지 즐기면 후식이 나온다.
디저트로는 오디 콩포드를 곁들인 레몬 셔벗을 식후주인 ‘백화주’와 곁들여, 마무리 순간까지 막걸리와 페어링한다.
김 셰프는 “과거에 막걸리를 ‘앉은뱅이 술’이라고 칭했는데, 과거 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들이 술맛이 너무 좋아 눌러 앉는 다는 뜻이다”라며 “푼주 방문객들이 디저트까지 마무리하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추가로 막걸리를 요청할 만큼 높은 퀄리티의 식사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셰프는 푼주를 통해 지평주조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특색있는 메뉴를 매 시즌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