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옆 7성급호텔 건설 …인근 주민 생각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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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 7성급호텔 건설 …인근 주민 생각 ‘NO'
  • 김태혁 기자
  • 승인 2013.09.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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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태혁 기자] 서울 종로구 송현동 49의1 부지가 다시금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이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활성화를 명분으로 학습 환경이 저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곳에서의 관광호텔 건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옛 주한미군대사관 숙소였던 면적 3만6642㎡의 이곳을 2008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당시 2900억원에 매입했다.대한항공은 지상4층 지하4층 규모의 7성급 호텔과 한옥 영빈관, 갤러리와 공연장 등 복합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곧 벽에 부딪혔다.'학교환경위생정화정화구역(학교 반경 200m 이내)에는 원칙적으로 관광숙박시설을 지을 수 없다'는 학교 보건법 조항 때문이었다. 인근에는 덕성여중·고와 풍문여고가 자리잡고있다.대한항공은 이에 2010년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서울행정법원)과 2심(서울고법)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패소한 뒤 지난해 8월학교보건법에 대해 헌법소원도 제기한 상태다. 대한항공의 소제기는 패소 때마다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박 대통령이 밝힌 지원의사는 거듭된 패소에 굴하지 않고 집요하게 호텔건축을 추진해온 대한항공측에는 한줄기 '구원의 빛'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반면 학교 관계자나 학부모들은 교육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풍문여고의 교감은 그 동안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시달린 탓인지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보호해야한다는 우리 입장은 변함없다"고 잘라말했다.영빈관이 들어설 자리와 맞닿아있는 덕성여중의 백영현(58) 교장은 "학생교육과정에 피해가 올까봐 두렵다"며 "학교에는 아이들 떠드는 소리와 종치는 소리, 축제나 체육대회 때의 소음 등이 동반된다.
이런 것들이 다 교육과정의 하나인데 이 소음을 문제삼아 영업방해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은 교육권 침해다"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학부모 손모(47)씨는 "대법원에서까지 패소하고 헌법재판소에서도 기각됐는데 왜 재추진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이것은 법 체계가 무시되는 처사다"며 토로했다.이순옥(45·여)씨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교육환경이 좋아야한다는 것인데 너무 상업주의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추현아(46·여)씨는 "성장기인 아이들이 호텔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 지 답답하고 황당하다"며 "찬성하는 분들은 자기 이익 중심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학교고 아이들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며 강조했다.박소영(45·여)씨는 "호텔 이외 시설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공연장은 공부해야할 아이들이 한눈 팔게 만들 것 같다"며 "반대로 호텔 투숙객들이 학교 종소리나 학생들 소리에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곳에 호텔이 들어설 경우, 역사성의 훼손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이 길에서 인력거를 끄는 김학송(43)씨는 "호텔이 생긴다는 부지는 전체 북촌의 이미지와 안맞는 것 같다"며 "게다가 바로 옆의 경복궁과 나란히 있다고 생각하면 낯설다"며 걱정했다.산책길로 유명한 이곳을 잡생각이 생길 때마다 즐겨 찾는다는 한모(30)씨는 "(호텔이 생기면)사람이 더 많아질 것 아닌가. 많이 오는건 좋지만 그것으로 인한 훼손이 생길까봐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친구와 나들이 겸 나왔다는 김모(30·여)씨는 "호텔이 생기면 이 아름다운 길이 없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정부가 호텔건립을 측면지원하고 나섰지만 관할 지자체의 입장은 여전히 '불허'쪽에 기울어 있다.종로구와 시민단체 등은 "사익보다는 공익을 위해 쓰여야한다"며 호텔보다는 근린 공원 등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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