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1400원선 천장을 뚫고 날아오른 원달러 환율이 국내 산업계의 유불리를 바꾸고 있다. 국제유가가 초유의 강달러 하방압력을 받아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관련 정유, 석유화학, 조선, 플랜트 산업 환경의 변화를 야기한다. 최근 주춤했던 북미 프리미엄 시장 내에서는 국산 TV, 가전 판매가 다시 수출 환율효과를 얻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석유화학은 전방 수요가 부진한 속에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 부담으로 수익성이 저하됐다. 각국의 긴축 기조로 인해 소비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환율로 인해 수입 부담이 더 커진 것은 석유화학업종에 부정적이다. 대신 석유화학 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는 환율로 인한 수출가격경쟁력으로 원가부담을 완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조선도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수주 호황의 그늘에 원자재 가격 상승 탓으로 인한 누적 적자가 커지고 있다. 환율 영향으로 원가부담은 더 커지고 강달러로 유가가 하향세를 나타내며 에너지 시추, 채굴, 운반 등의 수요 부진으로 발주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업황을 끌어내린 전방 IT수요 부진은 강달러 효과에 반전될 수 있다. 특히 가전제품은 그동안 프리미엄 제품 수요를 견인했던 미국 시장이 높은 인플레이션 부담 때문에 주춤했는데 환율이 수출가격을 떨어뜨려 판매량을 북돋을 수 있다. 다만 국내 달러대비 원화약세보다 유럽이나 일본의 화폐가치 하락이 더 크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사 대비 가격경쟁력 상승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현대차, 기아 등 국내 완성차는 최근 미국시장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 수출 판매 호조를 이어왔다. 강달러는 이런 대미 친환경 수출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원자재가격 수입 부담이 커져도 차량 판매가격에 전가하기 용이한 구조로도 분석되고 있다.
완성차와 달리 차부품 업종은 환율 상승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완성차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차부품도 성장했지만 판매량과 달리 원가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하지 못해 채산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관련 업계는 걱정하고 있다.
원가 전이가 더욱 힘든 한국전력과 공공발전사는 이번 환율 급등으로 실적악화가 가장 우려되는 업종이다. 원가상승분을 전가할 경우 국내 물가상승 부담을 키울 수 있어 정부가 전기 등 공공요금을 통제하는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펜트업 수요나 각국이 코로나발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던 상황에선 환율 상승은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했으나 지금처럼 인플레이션발 긴축기조가 강한 환경에선 전반적으로 원가상승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