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대 넘어 고공행진
업종‧규모 제한 없이 금리 인상에 몸살
대외여건 악화와 수출부진에 회복 둔화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고환율 악재에 국내 경제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업종‧규모를 넘어 기업들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지난 8월 기준 14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올해 무역액 대비 무역적자는 3.3%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전(7.4%) 이후로 가장 큰 수치를 나타냈다.
고환율 리스크가 경제계를 덮친 가운데, 금리까지 10년 만에 연 3%를 돌파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2.5%에서 3%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4월부터 다섯 번 연속 인상하며,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주춤한 물가까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강세 여파에 지난달에만 연고점을 11차례 갱신했다. 지난달 22일에는 금융위기 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1440원까지 치솟았다.
고환율 사태는 국내 경제계에 긴장감을 불러왔다. 특히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빚으로 연명한 기업들은 금리 인상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실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여유자본이 부족한 만큼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가졌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69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은 올해 기준 월평균 6조원씩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가계대출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99.6%가 고금리 리스크 대응방안이 전혀 없거나 불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기준금리가 3%로 인상 될 경우 한계 소상공인은 124만2751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8월 신규취급액 기준 4.65%로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4.34%)를 상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면세업계도 환율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환율보상제는 면세점 쇼핑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은 환율보상제로 백화점보다 상품 가격이 비싸지는 역전현상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식품업계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의 경우 고환율 리스크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면업계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농심은 지난달 15일 라면 출고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다. 팔도는 이달부터 12개 브랜드 라면 제품의 가격을 평균 9.8% 올렸고, 오뚜기 라면 가격도 평균 11% 상승했다.
반면, 삼양식품은 아직 라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삼양식품은 최근 달러화 가치가 오를수록 환차익을 얻는 고환율 효과를 내고 있어 제조원가 상승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다만 국내 경영여건의 악화로 이르면 내달 라면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발간한 ‘10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일부 개선됐다”면서 “하지만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