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각종 '당근' 제시해도 미달 사태
208개 대학 중 지원자 0명 14곳 전부 지방 소재
광진구 화양초 학생없어 내달 서울 네번재 폐교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
서울과 먼 곳부터 대학 문을 닫는다는 세간의 속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학령 인구의 감소와 더불어 지방 대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는 중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각 대학의 정시 모집 충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지방 소재 대학들은 '신입생 모시기'를 위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방 소재 대학에서는 정시 합격자를 대상으로 등록금 면제 혜택을 내건 학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광주의 한 시립대는 최초 합격자 전원에게 아이패드 등 스마트 기기를 살 수 있는 구입 비용 60만원을 지원한다고도 홍보했다.
대전의 한 대학교는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성적장학금을 축소했다가 재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학교 측은 장학금 항목과 수혜 대상을 조정한 것이지 지급 장학금 총액수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직장인과 같은 '만학도' 확보에 힘쓰는 곳도 늘어나는 중이다. 만 25세 이상 직장인이 입학하면 첫 학기 등록금 면제 또는 수업료 감면 혜택 등을 부여하는 식이다. 일부 전문대는 무시험 전형을 내걸고 신입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지방대 신입생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올해 전국 208개 대학 중에서 지원자가 전무했던 14개 대학은 모두 지방 소재였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3대1보다 낮은 대학 68곳 중 59곳도 지방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진짜 문제는 지방대가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이다. 신입생이 부족해지면서 학교 재정이 부실화되고, 이에 따라 교육에 투자할 재원이 줄어들게 되는 식이다.
정부는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대학 구조조정을 장려해 왔지만, 이로 인해 지방 대학들이 먼저 위기에 놓이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지방대 존폐 위기는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00년 328만명에 달하던 대학교 학령 인구는 2010년 260만명, 2020년 241만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2030년엔 187만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한편, 최근 이같은 문제는 지방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서울에서도 학령 인구 감소가 가파른 곳을 중심으로 문을 닫는 학교가 나오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의 인프라 축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광진구 소재의 화양초등학교는 올해 3월 1일 문을 닫는다. 서울에서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학교가 폐교한 곳은 이곳이 네 번째다. 지난 2020년 강서구의 염강초와 공진중이 폐교했고, 도봉구의 도봉고도 오는 2024년 통폐합한다.
서울 시내 소규모 초등학교 수는 지난 2012년 14곳에 그쳤던 것이 2021년에는 41곳으로 증가했다. 인구 유출과 저출생으로 인해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부터 폐교하거나 통폐합되는 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