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카드사들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1조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할 전망이다. 19일 여신업계 따르면 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신한카드 등 7개 카드사의 배당금 총액은 1조1314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선 KB국민카드는 올해 배당금으로 3501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배당성향도 60%에서 93%로 크게 올렸다.
삼성카드는 작년 2454억원이었던 배당금을 올해 2668억원으로 늘렸다. 배당성향의 경우 45%에서 43%로 소폭 줄었지만, 순이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현대카드는 작년 배당을 하지 않았지만, 올해 중간 배당금을 포함해 1510억원을 지급한다.
우리카드도 배당성향은 전년과 동일한 20% 수준이지만, 순이익이 개선에 따라 배당금이 7억원 늘어난 409억원으로 정해졌다. 이밖에 롯데카드도 배당금을 648억원에서 660억원으로 소폭 늘렸고, 하나카드는 오는 4월 배당금을 결의한다.
반면 신한카드는 배당성향과 배당금 규모가 작년 대비해서 모두 줄었다. 신한카드의 배당성향은 50%에서 40%로, 배당금은 3376억원에서 2566억원으로 감소했다. 일각에선 카드사들이 경영 성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금을 확대하는 데 대해 ‘대주주 챙기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실제 카드사들은 작년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 등으로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지난해 10월에는 여전채 AA+ 3년물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6%를 넘어서기도 했다.
영업 실적도 좋지 않다. 현재까지 카드사들이 발표한 실적을 보면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 순이익이 6414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감소했고, KB국민카드 순이익은 9.6% 줄어든 378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하나카드의 순이익은 192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23.4% 급감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순이익이 6223억원으로 12.9% 늘었고, 우리카드는 204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9% 소폭 늘었다.
금융당국도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권의 배당확대 움직임에 부정적인 시선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먼저 신경 쓰는 것은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충분한 손실 흡수능력을 갖췄느냐가 핵심”이라며 “배당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