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이 사라진 시장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필요
[매일일보 김혜나 기자] 소비시장 양극화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엔데믹으로 소비 시장 촉진을 기대했지만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현상으로 인해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엔데믹으로 인한 수혜는 대부분 백화점을 비롯한 대기업이 가져가고, 중소기업은 디지털 전환 부담에 노동 규제 등 난제가 산적하다. 또한 금리 상승과 물가폭등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며 소비시장의 양극화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선 올해 첫 번째 소비 키워드로 ‘평균 실종’을 꼽았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산의 양극화가 극심해져 평균이라는 의미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불황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 혹은 저가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 패턴이 늘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살아남기 힘든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일부는 ‘가성비’ 제품 구매, ‘무지출 챌린지’로 지갑을 잘 열지 않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명품 등 고가품을 서슴없이 소비하고 있다. 소비 양극화는 경기 침체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소득 양극화가 커지고 있는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소득 양극화는 소비 양극화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자산이 많은 이들은 인플레이션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으며 오히려 자산이 증가한다. 하지만 중산층부터 인플레이션은 치명적이다. 가계의 소득 증가보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공공요금 등 필수 고정 비용을 제외한 지출을 줄이려는 모양새다.
고물가에 따른 불황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1일 한국은행은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0.2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104.7이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6월 96.7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100 이하를 밑돌고 있다. 향후 1년을 예상하는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0%로 전월 대비 0.1%포인트(p) 상승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해 7월 4.7%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12월 3.8%까지 하락했으나, 지난 1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4개월 만에 4%대로 회귀했다. 이달 금리수준전망(CSI)은 113으로 시장금리 하락 가속화 등에 따른 추가 긴축 기대 완화로 1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업계에선 소비 양극화로 인해 ‘중간’이 사라졌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렇게 중간 없는 시장은 이미 시작된 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 소비 양극화는 곧 소비 감소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황형 소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소기업계의 전략 마련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향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간에 놓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대기업은 프리미엄을 넘어선 ‘탑티어’ 상품을 출시하며 고가의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겐 쉽지 않은 일로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