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보험사들의 공공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신상품 개발이 수년째 지지부진히다. 데이터를 쥐고 있는 건보공단은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고,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위험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데이터3법 시행으로 공공 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길이 열렸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제대로 된 연구를 시작하지 못했다. 건보공단이 유독 보험업계에만 데이터를 개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데이터는 각각 3조4000억건, 3조건에 달한다.
공단 측이 데이터 개발을 꺼리는 배경은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고,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위험이 있다며 반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보험업계는 최근 다른 부처는 물론 보건복지부에서도 공공 의료 빅데이터 활용 문턱을 낮추는 상황에서 건보공단이 보험업계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한다.
건보공단 빅데이터전략본부는 지난해 11월 민간 보험사에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중재안’을 공개했다. 보험 가입 거절, 보험료 인상 등 국민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고 공단과 학계가 공동 연구 형태로 참여하며, 연구 결과를 활용할 때에는 공단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험업계는 이 중재안을 대부분 수용했고, 건건이 학계·의료계와 공동 연구를 하게 될 경우 과다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비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당시 건보공단은 이 중재안을 바탕으로 의료계와 시민단체를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
보험업계는 공공 의료 데이터로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난임 검사와 치료, 체외수정 비용을 보장하는 여성 전용 신상품을 개발한다거나 지금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초기 당뇨나 고혈압 환자 전용 상품을 내놓는 식이다. 지금은 혁신 상품을 만들기는커녕 기존 상품도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 해외 의료 데이터에 기반해 개발하고 있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국민 건강 상태에 맞는 보장 모델을 개발하려면 건보공단 의료 데이터가 꼭 필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암이나 당뇨, 치매 관련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면 완치 후 관리나 당뇨 전 단계 식단 서비스,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 의료 데이터를 개방해주되,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엄벌에 처하는 식의 맞춤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