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수단·기술적 한계 여전…중소·중견기업은 투자자금 조달 어려움 호소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최근 1년 사이 탄소중립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는 기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기업(배출권거래제, 목표관리제 대상기업 1000개사 중 40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68.8%가 탄소중립 추진이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지난해는 긍정적 평가가 34.8%에 불과했으나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쟁력 약화 위기’(23.5%) 또는 ‘업종 존속 위기’(7.7%) 등 여전히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기업은 31.2%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응답기업의 81.5%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은 18.5%에 불과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설비투자 지원 확대와 함께 탄소차액계약제도 도입, 제4기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0년) 조기 수립 등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는 정책 추진이 긍정적 평가의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기업이 정부와 계약을 통해 신기술을 도입하고 일정기간 고정된 탄소가격으로 보상받는 제도인 탄소차액계약제도(CCfD)를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것에 응답기업의 90.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66.0%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탄소감축 설비 투자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34.0%는 투자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분야로는 ‘에너지효율 개선’이 68.2%로 가장 많았고 ‘재생에너지 사용’(24.2%), ‘폐열 회수’(18.6%), ‘연료 전환’(11.7%), ‘공정가스 감축’(8.3%), ‘자원 순환’(7.6%), ‘탄소포집 저장 및 활용(CCUS)’(2.7%) 순으로 나타났다.
투자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그 이유로 ‘투자자금 조달의 어려움’(42.5%)을 가장 많이 꼽았고, ‘감축수단·기술 부족’(33.1%), ‘배출량 감소로 투자 불필요’(11.9%), ‘배출권 가격 등 투자 인센티브 불확실성’(8.8%)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은 ‘감축수단·기술 부족’(34.8%)을, 중소·중견기업은 ‘투자자금 조달 어려움’(4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시급한 정부 정책과제로 ‘투자자금 지원 확대’(33.0%), ‘제도 개선’(24.0%), ‘감축기술 개발·보급’(17.9%), ‘투자 인센티브 확대’(12.8%), ‘기후테크 기업 육성’(9.0%)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비한 지원 요청사항으로 응답 기업들은 ‘제도 설명 및 정보 제공’(30.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서 ‘대응전략 수립 지원’(20.6%), ‘배출량 상호인증 등 부담 최소화 방안 마련’(17.8%), ‘대상여부 확인 등 안내데스크 운영’(11.9%), ‘행정 대응지원’(9.3%), 배출량 산정 지원(9.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EU 수준으로 규제 상향’은 1.3%에 불과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산업부문 탄소중립 기술개발 사업비가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당초 6조7000억원에서 9300억원 규모로 대폭 축소됐다”라며 “국내 기업이 탄소중립을 기회 삼아 도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상황인 만큼 정부는 과감한 자금지원과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우리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감축할 수 있도록 상쇄배출권 사용 한도를 10%로 확대하는 등의 제도개선 과제도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