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올해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및 주택 경기 부진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8일 한국은행의 ‘국별 비교를 통한 소비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향후 소비여건을 점검한 결과 우선 가계의 소득 개선 정도가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2015년부터 5년간 평균치(2.6%)를 크게 웃돌았지만 올해는 다시 가계 주머니가 얼어붙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노동공급은 크게 늘어난 반면, 노동수요는 상대적으로 크게 늘지 않아 향후 추가적인 고용 증가 및 임금 상승을 통한 소득 개선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국에 비해 높은 가계부채 수준과 변동금리 대출 비중으로 인해 향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비를 제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년 대비 우리나라 가계의 실질구매력 증가율은 2021년 3.5%, 지난해 3.0%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질구매력이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한은은 예측한 올해 가계 실질구매력은 0.7%로 급격히 내린 수준이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신규취급액)의 변동금리 비중 역시 지난해 8월 기준 45.7%로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이탈리아의 주담대 변동금리 비중은 16.7%, 네덜란드 9.6%, 독일 9.0%, 영국 6.0%, 미국 0.5% 등이다.
다만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축적된 가계저축이 급격한 소비 위축을 막는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 저축액 대비 이후 누적된 초과저축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구당 500만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주요국에 비해 경제활동 재개 시점이 상대적으로 늦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한은은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주택경기 부진, 가계소득의 더딘 회복세 등으로 올해 중 민간소비 증가세가 전년에 비해 상당폭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그간 축적된 가계저축 등을 감안하면 급격한 위축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