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전후와 지연 기간에 따라서 위약금 달라져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전국에서 입주가 지연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자제 수급 차질과 화물연대 총파업 등이 겹치면서 공사가 지체된 여파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입주 지연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인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는 내년 2월로 예정된 입주 시기를 같은 해 5월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또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들어서는 민간 임대아파트인 ‘KTX오송역 대광로제비앙’도 화물연대 파업 등을 이유로 입주 예정일을 3월에서 6월 30일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입주를 시작했다가 중단된 단지도 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오금동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1·2단지’의 경우 입주 예정일이 지난 28일이었다. 하지만 공기를 맞추지 못한 데다 미흡한 내부 공사로 일부 입주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단지는 추가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이달 말까지 모든 공정을 마치고 정상적으로 입주를 재개한다는 게 시공사 계획이다.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이 시공사와 갈등을 겪으면서 입주가 중단됐거나 지연될 위험에 처한 곳들도 있다. 서울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은 공사비 분담 문제를 두고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과 조합이 갈등을 빚고 있다. 시공사는 원자잿값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 약 100억원 증액을 조합에 요구했지만 조합이 이를 거부하자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해 입주를 막은 것이다.
대우건설은 입주 2개월을 앞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 써밋’ 조합에 관리처분계획·도급계약 변경을 통해 공사비 67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 측이 협의에 성실히 응하지 않으면서 대우건설은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 입주가 제한될 수 있다고 공문을 보냈다.
문제는 입주지연 보상금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61조를 보면 ‘사업주체는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정한 입주예정일 내 입주를 시키지 못한 경우 실입주개시일 이전에 납부한 입주금에 대해 입주시 입주자에게 연체료율을 적용한 금액을 지체상금으로 지급하거나 주택간금에서 해당액을 공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계약금과 납부한 중도금에 일정 연체 이자율을 적용한 금액을 입주 예정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파트가 수억원하기 때문에 입주 지체 보상금은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전쟁으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과 건설노조 파업처럼 건설사가 의도하지 않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해 입주가 지연된 부분을 건설사가 다 보상하면 건설사는 피해가 너무 크다”며 “현장에서 입주 일정을 맞추기 위해 빠듯하게 공사를 하고 있는데 근로자가 파업을 하거나 자잿값 인상,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건설사도 답답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건설사 및 시공사가 입주 지연 보상금을 적용할 때 예외 조항을 두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2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화물연대·건설노조 파업 등으로 주택 입주가 지연되었을 때는 지체보상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면제 대상은 구체적으로 천재지변과 경제 사정 변동, 파업 등 국토부 장관이 정한 사유다.
정부도 민간 간의 계약으로 진행되는 민간 공사현장에 대해선 건설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파업 후유증으로 인한 공공주택 입주 차질 우려와 관련해 “LH가 조치해 이미 4개 현장은 시공사 등 관련업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기간을 연장했다”며 “민간공사에서도 피해가 없도록 현행법상 수급인이 공사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사유를 유권해석해 업계에 안내했다”고 밝혔다. 또 건설협회, 주택협회 등을 통해 재차 알린다는 계획이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 및 공사비 상승 여파로 올해도 입주 지연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현장의 혼란도 가중될 것이다”며 “만약 입주 지연으로 계약을 해지한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아파트 계약해지 위약금은 공급대금 총액의 10%로 이 금액은 건설사에 지불되고 나머지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입주예정일이 3개월을 초과해 지연될 경우 수분양자들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잘 확인해야 한다”며 “건설사로부터 총 분양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고 수분양자가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의 연 6% 이자를 가산해 돌려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