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에서 나토 정식 합류…'집단방위 5조' 적용
러 "나토 군 시설·무기 배치에 따라 대응할 것"
매일일보 = 이진하 기자 | 과거 냉전시대에 '군사적 중립국'을 자처했던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정식 합류했다. 러시아는 군 시설이나 무기 배치에 따라 대응할 것을 시사해 분쟁 위험을 고조시켰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핀란드가 나토 설립조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식 가입문서를 토니 블링컨 미국무장관에서 전달했다.
새로 합류하는 회원국이 '나토 조약 가입서 수탁국'인 미국에 가입서를 기탁하도록 한 가입 규정의 마지막 절차다. 핀란드는 31번째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리고, 가입서 기탁식과 함께 핀란드 국기 게양식도 거행됐다.
핀란드는 미국의 핵 공유를 근간으로 하는 나토의 집단방위 체제로 안전을 보장받게 된다. 창설 74주년을 맞은 나토는 러시아와 맞댄 국경 길이가 2배로 늘어났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핀란드가 31번째 회원국이 되는 날이 나토 창설 74주년"이라며 "역사적인 한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핀란드는 나토 회원국이 되려고 했으나,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로 1년 가까이 지연됐다. 특히 튀르키예는 지난해 5월 핀란드와 노르웨이가 가입 신청서를 냈을 때 나토 가입을 반대하다가 3자 협정을 통해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 관련 신병 인도 등을 약속받으며 입장을 번복했다.
스웨덴은 핀란드와 나토 동시 가입을 추진했지만, 튀르키예와 갈등으로 가입이 지연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튀르키예 정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지난달 9일 테러 조직에 관여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테러법 입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는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러시아는 이날 "광범위한 분쟁 위험을 증가시켰다"며 자국 안보 위협으로 간주했다.
외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이날 러시아군 수뇌부들과 회의에서 "반러시아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전쟁 격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 탄도미사일 시스템이 벨라루스로 인도됐다"며 "이제 벨라루스 전투기도 러시아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핀란드는 고유 정체성을 포기하고 수십 년 동안 국제 문제에서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았던 군사적 비동맹을 잃었다"며 "핀란드는 국제 문제에 발언권을 잃었다"고 재차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