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다국적 통신업체 퀄컴이 휴대전화 제조사 등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1조원대 과징금에 대해 대법원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의 상고를 기각,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공정거래 관련 소송은 공정위 처분의 적법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법이 1심, 대법원이 2심을 맡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7년 1월 퀄컴이 자신의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해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 휴대폰 제조사의 사업 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1조311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은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의 요청에도 칩셋 제조·판매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에 대해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했다.
퀄컴은 또 칩셋 공급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연계해, 휴대폰 제조사에 대해 칩셋 공급을 볼모로 '프랜드(FRAND) 확약'을 우회해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행을 강제했다.
프랜드 확약은 SEP 보유자가 특허 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보장하는 약속을 의미한다.
퀄컴은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해 2017년 2월 서울고법(원심)에 공정위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2019년 12월 퀄컴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 과징금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원심 재판부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칩세트사에 타당성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퀄컴이 거래상 우위를 남용해 휴대전화 제조사에 불이익한 거래를 강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점도 인정했다.
이후 퀄컴과 공정위는 일부 패소한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고, 대법원은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퀄컴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적법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판결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프랜드 의무를 인지하면서도 표준필수특허 시장 및 모뎀칩셋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반경쟁적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이러한 사업구조가 관련 시장에서 경쟁제한 효과를 야기해 시장구조를 독점화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정위는 판결 취지를 반영해 시정명령에 대한 이행 점검을 철저히 해 나가는 한편, 표준필수특허 남용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