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與 지도부…'보수층 챙기기' 주력 행보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국민의힘이 당 지도부의 연이은 실언과 망언과 함께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 논란이 겹치며 이대로는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정권 심판' 여론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우려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보수층 결집 행보로 기우는 모습이어서 상황을 뒤집을 타개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내년 총선의 성격을 '정권 지원론' 보다는 '정권 심판론'이 더 우세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에 대한 기대를 물은 결과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정권심판론'이 50%, 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정권안정론'은 36%를 기록했다. 사실상 국민 10명 중 5명이 '윤석열 정부심판론'을 택한 셈이다. 한 달 전 같은 조사에서 '정권안정론' 42%, '정권심판론' 44%로 팽팽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판 여론이 무서울 속도로 확산하는 추세다(4월11~13일, 응답률 8.2%, 95% 신뢰수준 ±3.1%p)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내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8.7%, 국민의힘 후보 지지 응답은 34.8%로 나타났다(4월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 응답률 1.2%, 95% 신뢰수준 ±3.1%p).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현 정부를 밀어주어야 한다(정권안정론)'는 응답은 37.5%에 불과한 반면 '현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정권심판론)'는 응답은 54.7%에 달했다.(4월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 응답률 2.8%,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사태의 심각성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면서 당 내부에서도 김기현 지도부를 겨냥한 쓴소리들이 쏟아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내년 총선에서 지면 이 정권은 바로 레임덕이 온다. 사생결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검사 5~60명 공천설'에 대해 "지금도 검사 정권이라고 공격받는데 거기다가 검사들이 대거 나오면 선거가 되겠느냐. 총선에서 망할 뿐"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는 '집토끼' 챙기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보수 텃밭인 대구 서문시장은 방문하면서도 제주 4·3 추념식에 불참한 것은 당장 보수층 결집을 통한 지지율 끌어올리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중도층과 무당층이 야당 쪽으로, 민주당 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진짜 심각하게 봐야 한다"며 "중도층이 늘고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안타까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기현 대표 역시 보수 지지층에 기대는 행보를 더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찾은 데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기념관 방문 취지에 대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뤄온 큰 지도자 중에 한 분이셔서 그 뜻을 한 번 더 되새겨 보는 의미에서 찾아왔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한강의 기적을 정말 발전적으로 설계해 정말 살기 좋은 나라,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정치도 좀 더 열심히 노력해야 되겠다는 각오를 가지려고 찾아왔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수층에 기대는 행보로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내주며 참패한 후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총선백서제작특별위원회는 선거 패배 원인으로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과 막말 논란, 공천 실패, 청년층의 외면 등을 꼽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