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지도부, 당 운영 유리…'치명적 말실수' 우려도
대통령실 공천 개입은 강력한 '외부 위협 요소'
민주당 '사법 리스크'로 반사 이익 기대감은 ↑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내년 4·10 총선을 1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민의힘은 벌써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위기감의 근원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친윤석열계' 지도부로 사실상 윤 대통령 직할 체제를 이룬 상황은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당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까지 급락하면서 국민의힘의 총선 전망이 어두워지는 이유다. 여기에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검사 공천설'은 지난 2016년의 공천 파동을 소환한다. 전문가들이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SWOT(Strength·Weakness·Opportunities·Threats, 강점·약점·기회·위협)'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다.
18일 <매일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정치 전문가들은 '친윤계'의 전면 배치를 국민의힘의 강점이자 약점으로 꼽았다. 친윤계 중심의 일사불란한 당 운영은 계파 갈등으로 혼란스러운 더불어민주당보다는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내부 견제 세력이 없다는 점은 친윤 강성 당원들의 구미에 맞는 언행으로 이어지며 지도부의 치명적인 말실수로 나타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가 "말실수 한 번에 총선이 출렁이며 결정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 위험도가 지금 매우 높은 상태"라고 진단한 이유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내준 결정적 장면 가운데 하나가 당시 차명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의 '세월호 망언'이었다. 당이 뒤늦게 차 후보를 제명했지만, 중도층은 이미 등을 돌린 후였다.
여기에 김기현 대표의 허약한 리더십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 대표가 친윤계, 대통령실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보니 자신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결국은 민심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정부 정책이 잘못 가고 있으면 때에 따라 다른 의견으로 내면서 교정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며 "그 기능을 못 하면 결과적으로 민심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당연히 총선에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 강점과 약점이 '친윤계', 더 나아가 윤 대통령에게서 기인하는 것과 함께 '외부' 대통령실의 당 개입 역시 결정적 위험 요소다. 끊이지 않는 대통령실의 대규모 '검사 공천설'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이미 지난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윤심' 논란이 사실상 '검사 공천설'의 전조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무에 윤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구축됐다고 해서 공천 명단까지 대통령실에서 당으로 넘어오고, 검사들이 대거 투입된다면 전체 민심에 엄청난 역풍을 촉발할 것"이라며 "위험 부담이 아니라, 총선 패배를 결정할 수 있는 외부의 위험 요소"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가 "특정 직업 출신의 수십 명 대거 공천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지만, TK(대구·경북) 출신의 윤재옥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데는 '검사 공천설'로 인한 영남권 물갈이에 대한 해당 지역 의원들의 불안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천 파동=총선 패배'라는 트라우마도 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공천을 강행하자 후보 등록 마감일을 하루 전 당무를 거부하고 부산에 내려가는 이른바 '옥새 파동'을 일으켰다. 결과는 민주당에 원내 1당을 내주는 새누리당의 패배였다.
심각한 경제 상황도 악재다. 세계경기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와 고물가·고금리가 소비 부진을 불러오면서 IMF는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대로 떨어뜨렸다. 박 평론가는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일본식 불황으로 지금 보고 있다"며 "중산층이 대거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텐데, 국내 경제 위기가 윤석열 정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가능성은 상당히 강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집권당 프리미엄'은 국민의힘이 사용할 수 있는 반등 카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에서 성과를 내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정권 심판론' 대신 '정권 안정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민주당의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은 반사 이익을 기댈 수 있는 부분이다. 이 평론가는 "이재명 대표 건을 다 포함한 민주당 전체의 '사법 리스크'가 결정적인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또 자력으로 국정 성과를 낸다면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