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전승완 기자 | 전 세계인이 한식과 한옥, 한복 등 한국의 문화에 열광하는 가운데 한지가 유럽인들에게 또 다른 K-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13일부터 오늘 30일까지 예술과 패션, 문화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트래디셔널코리아’ 행사에 참여해 이탈리아 주요도시에 전주한지를 소개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전주시는 한국전통문화전당과 함께 기획한 ‘That’s Korea: Hanji’행사를 통해 2023년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된 브레치아와 이탈리아의 대표 문화도시인 베네치아에서 두 차례의 한지 관련 세미나와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지난 13일에는 전 세계 복원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전통한지 복원세미나(국제세미나)’가 인미애 전주천년한지관장의 사회로 베네치아 마르차나 국립박물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최성일 전주 한지장의 ‘전통한지 제조기술’ △마리아 레티치아 ICPAL 전 소장의 ‘전통한지 인증에 따른 실험분석’ △치아라 포르나차리(바티칸 박물관)의 ‘복원용 한지의 활용과 가능성’에 대한 발표와 논의가 이뤄졌다.
이어 15일 브레치아에서는 ‘전통한지의 활용과 변용’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전통한지를 활용해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리카르도 아요사 로마예술대학 교수의 ‘시각예술 표현재료로서의 전통한지’ △김태완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본부장의 ‘한지의 현대적 활용과 변용’ △인미애 한국전통문화전당 실장의 ‘생활 문화 속 전통한지의 활용’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특히 브레치아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조선왕조실록 복본과 전주한지, 전주지역 대표작가들의 작품 등으로 꾸며진 전시회도 열려, 주밀라노 한국 총영사와 현대 조형작가, 패션 관계자, 한국적 소재들을 작품에 연계하고자 하는 전문가 등이 참석해 전통한지의 활용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이어 현지시간으로 19일에는 전주시와 한국전통문화전당, 국립 마르차나 도서관간 ‘기록유산 보존과 복원을 위한 전통종이 활용’ 관련 업무협약도 예정돼 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주로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돼 온 국제 한지 홍보행사와 달리, 매일 수만 명이 다녀가는 베네치아 국립도서관에서 펼쳐지는 전시회를 꼽을 수 있다. 이 전시회에서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김혜미자의 다채로운 한지소품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한지장 방화선과 디자이너 정소이가 함께 협업한 단선시리즈 △TWLX천일한지, 윤균상, 윤성호의 전주 지우산 등이 소개돼, 유럽 한류 중심지 이탈리아에서 전주한지가 또 다른 K-콘텐츠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이탈리아 행사에 참석한 한민희 전주시 정무보좌관은 “전주한지의 우수성이 국내 최고는 물론,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음에도 수요에 대한 확장성과 대중적 활용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안고 있다”면서 “전주정신을 잇는 한지의 전통적인 명맥을 유지하고, 유럽문화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서 한지가 명성을 떨칠 수 있도록 직접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는 19개 전통한지 제조업체가 있으며, 이중 고궁한지, 대성한지, 성일한지, 용인한지, 전주전통한지, 천일한지 등 6개 수록한지 제조업체가 전주에서 전주한지의 명맥을 잇고 있으며, 기계한지 제조업체인 천양 P&B를 포함한 7개 업체가 한지산업을 주축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