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 사출 성형 기업 인사팀 부장(경기 평택) ”신입사원이 출근 첫날 급여 관련 질문을 했다. 대표가 그 이야기를 듣고 ‘돈 밝히는 직원은 필요없다’며 나가라고 했다. 신입은 노동부에 신고하겠다며 그대로 퇴사했다.“
#. 유학원 학생관리부 대리(서울 강남) “대표가 직원들끼리 친하게 지내면 회사 욕을 하게 된다며 싫어한다. 대표 없이 직원끼리 회식하다가 들키면 불려가서 혼쭐이 난다.”
#. 홈페이지 제작사 개발자(서울 서초) "학력, 입사일, 경력이 모두 같은 신입 두 명이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한 명의 연봉이 훨씬 적었다. 회사의 해결책은 높은 쪽의 연봉을 낮추는 것이었다. 결국 두 명 다 퇴사했다.”
‘MZ세대’로 불리는 청년 구직자들이 노동관이 전근대적인 기업을 기피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이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인력난의 주요 원인을 대기업과의 임금격차와 각종 노동 규제를 꼽는다. 다만 청년 구직자들은 단순히 적은 임금이 문제가 아니라 일부 기업의 후진적 경영 태도를 문제로 지목했다. 경영자 및 상급자들의 권위주의 기업 문화는 물론 직원 간 소통 부재, 인재의 비효율적 운용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300인 미만 규모 사업체의 미충원인원은 17만 3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39.0% 증가했다. 보통 대·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300인 이상 기업의 미충원률(1만 2000명)과 비교하면 14배나 차이가 난다.
중기업계 측은 인력 시장을 둔화시키는 주52시간제와 외국인력 쿼터 등 노동법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각 사업체는 인력부족 해소를 위해 △채용비용 증액 또는 구인방법의 다양화’(57.8%) △임금(급여)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 (33.7%) 순으로 노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MZ세대 측은 중소기업이 제도에 책임을 돌리고, 임금 인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중소기업 취업 관련 26만 8329건을 분석한 결과, MZ세대 구직자의 관심도는 2019년에는 자기성장가능성이 40.5%로 가장 높았고 근무시간(14.9%), 급여 수준(14.4%) 순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는 근무시간(25.8%)이 1위. 자기성장가능성(21.3%), 급여 수준(17.3%), 조직 문화(13.1%) 등이 뒤를 이었다.
중앙회 측은 중소기업 취업의 긍정적 측면으로 MZ세대 구직자 및 재직자 모두 ‘경력을 쌓을 수 있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재직자의 경우 중소기업 근무를 지속하는 이유로는 ‘좋은 동료’와 ‘워라밸 가능’ 등이 꼽혔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수준의 급여 및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급여에 대한 선호도는 뒤로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MZ 구직자들의 취업률을 높이려면 기업이 직원의 성장 기회와 업무 외 시간을 보장하고, 직원 간 소통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그러나 MZ세대의 이런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일부 경영인들의 후진적 경영 태도가 구직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취업에 성공했어도, MZ세대는 회사에서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을 경우 이직을 선택했다. 올해 초 사람인이 직장인 1471명을 대상으로 ‘이직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직경험을 한 직장인은 전체의 77.5%다. 그 중 43.2%는 낮은 수준의 근무환경으로, 41.1%는 회사 발전 가능성 부족을 이유로 이직을 단행했다.
D출판사 관계자는 “MZ세대는 대개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근거해 ‘받는 급여만큼 일한다’는 근무 태도를 갖추고 있다. 과거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가치였던 애사심과 근면 성실을 내세우면 역효과만 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특히 직원 근태는 지적하면서 상급자 본인은 매일 지각하는 등 회사 내 모순과 악습관을 타파해야 청년 구직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