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고질적인 인력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규모가 작은 영세기업에겐 더 가혹하다. 기술 숙련공이 모자랄 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도 쉽게 채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달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근무를 원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인식도 더욱 악화되는 추세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부족인원은 60만5000명에 달했다. 적극적 구인에도 채용이 안된 미충원인원은 18만5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낸 바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중소기업 입사에 거부감을 가진 결과물로 분석된다.
반면 대기업 취업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49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군은 충격이 적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의 비중은 99.9%(728만6023개)에 달한다. 종사자 수는 당초 83%에 육박했지만, 지속적인 취업자 감소로 81.3%까지 내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속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80%대가 무너지는 일도 결국 시간 문제로 예상된다.
취업자 수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2822만3000명) 중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취업자는 2513만8000명으로 89.1%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취업자 비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2020년 10월 기준 90% 선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대기업보다 고용 회복 과정이 더딘 상황이다.
중소기업 취업자 수가 조금씩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모든 산업군에 훈풍이 부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기준 전통제조업과 건설업의 취업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중소제조업과 중소건설업 취업자는 각각 349만2000명, 195만8000명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 대비 7만명, 1만2000명씩 감소한 수치다.
인력난이라는 목소리가 크지만, 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인구) 가운데 활동상태를 ‘쉬었음’으로 답한 청년층은 49만7000명에 달했다. 지난 2003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같은 기간 청년 취업자는 385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12만5000명 감소했다.
국내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해도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 진입을 위해 중소기업을 악용하는 근로자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일부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 기업에 입사한 이후 근무태만 및 퇴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본인의 지인들이 있는 공장이나 돈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옮기려는 의도다.
현장에서는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성실 외국인 근로자에 강제 출국 처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력수급이라는 기본 취지에서 어긋나지 않고, 실효성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외국인 근로자 입국 후 첫 1년간은 기업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고 사업장 변경 횟수를 현 5회(최초 3회, 재고용 2회)에서 3회(최초 2회, 재고용 1회)로 축소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 제도로는 근본적인 임금격차 해소는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규모별로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이 다를 뿐 아니라 근무환경 등도 대기업의 투자를 따라가기 벅차다는 이유에서다.
중소제조업 관계자는 “정부는 세금으로 임극격차를 줄이려고 시도했지만,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했을 뿐”이라며 “현실적으로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실적인 대책은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지만, 이마저도 법적 강제력이 부족해 현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뿌리산업 등은 아무리 채용공고를 내도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워 인력 자체를 구할 수 없다”면서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조항을 인정해주고 외국인 근로자라도 마음껏 채용하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