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연대 강화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가시화…대중국 전략은 과제
상태바
한미일 연대 강화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가시화…대중국 전략은 과제
  • 염재인 기자
  • 승인 2023.05.21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일 대통령실 '3국 간 전략적 공조 강화' 발표
中 봉쇄하는 '인·태 전략'에 韓 사실상 동참 재확인
北 핵·미사일 위협 관련해서도 3국 안보 협력 심화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3국 안보 협력 강화를 통한 '통합 억제'에 힘을 싣기로 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패권 도전국 중국을 봉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에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이를 함께 견제하는 구도다. 아울러 3국 장상은 북한의 핵 위협 등에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인·태 전략의 경우 사실상 미국 손을 들어주는 것이어서 대중국 전략 보완은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주요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3국 간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 세 정상은 1월 기시다 총리의 미국 방문, 한일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를 마련한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이번 달 초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 이후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임을 상기했다. 이 대변인은 "정상들은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서는 물론,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는데 3국 간 전략적 공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며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같은 3자 안보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3자 공조 강화, 경제 안보,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관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공동성명 대신 3국이 논의 내용을 각각 발표했다. 이날 대통령실 발표는 지난해 12월 윤 정부가 내놓은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 보고서'를 통해 역내 위협 대응과 평화 추구에서 미국·일본과 이전보다 긴밀히 연대하겠다는 의미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3자 공조 강화' 언급으로 비춰볼 때 남북 관계와 동북아에 집중된 기존 외교에서 미국 쪽으로 한 발 더 떼면서 미중 패권 경쟁 한가운데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백악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용기 있게 노력한데 대해 찬사를 보낸다"며 "(한미일) 3국 파트너십과 인도·태평양이 더 강해지는 것은 여러분의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역시 "3국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경계 데이터의 실시간 공유를 포함한 한미일 안보 협력, 인도태평양 협의 강화, 경제 안보, 태평양 도서국 관련 등 다양한 분야에서 3국 간 협력을 전진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그간 문재인 정부까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종의 '균형 외교'를 중점으로 뒀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실리주의 관점에서 나온 전략이기도 했다. 이에 문 정부는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 쪽에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태 구상의 연계 및 협력'을, 2019년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중국 쪽에 한국의 신남방·신북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의 연계 및 협력을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처음 공개한 '한국판 인·태 전략'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 측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모습이다. 미국이 중국 봉쇄와 견제를 위해 마련한 인·태 전략 명칭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윤 정부의 경우 미국과 중국 중 사실상 미국 쪽에 서겠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보여진다. 
이날 한미일 3국 간 전략적 공조 강화를 재확인하면서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올해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미국과 패권 경쟁 및 대만해협에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간 미국은 우방국들과 연대를 통해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G7 정상들이 지난 20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경제 강압에 대한 조정 플랫폼'(경제안보협의체)을 출범시키는데 합의했다. 또 중국이 '내정 간섭'으로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도 강조했다. 때문에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앞서 중국은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전면적으로 견제하는 내용의 공동성명 등을 발표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지난 21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지난 20일 기자 문답 형태의 논평에서 "G7은 중국의 엄중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련 의제를 제멋대로 다루고 중국의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은 이번 회의 주최국인 일본 등 관련 각 측에 외교적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 정부는 인·태 전략이 중국에 대한 배척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의 인·태 전략 보고서에서는  해당 전략에 대해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인 구상"이라며 "주요 협력 국가인 중국과는 국제규범과 규칙에 입각해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관계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중국이 G7 정상회의에서 보인 자국 견제 기조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만큼 한미일 3국의 협력 강화로 악화할 수 있는 한중 관계는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정세와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새로운 대중국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한미일은 북한의 핵·미시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정보 공유 등 한미일 안보 협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3일째 확대회의 세션에서도 국제안보 문제를 논의하고 북핵 미사일에 대응해 국제사회의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태 전략을 대북 압박 국제 공조 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내비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재차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판 인·태 전략으로 미국의 중국 견제에 힘을 보태는 한편, 북핵 위협에 대해 국제 공조를 노리겠다는 의지다.  한미일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공동성명에 북한 미사일 실시간 정보 공유 등에 관한 합의 사항이 포함됐다. 이후 관련 논의를 진행해 온 3국 정상은 6개월여 만에 다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미국 워싱턴으로 다시 초청했다고 이날 외신은 보도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제안했다고 미국 고위 관리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그는 워싱턴DC 한미일 정상회담 시기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외 다른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한일 양국 정상을 미국에 초청해 회담을 진행하는 것은 3국 공조가 굳건하다는 신호를 중국에 보내는 한편, 자신의 재선을 위한 기반 다지기로 분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