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에 수익성 낮고 리스크 큰 대출 옥죄기 나서
부동산PF 만기 속속 도래..."건전성·리스크 관리 최우선"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주요 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와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대출 비중 손질에 나서고 있다. 소액 중심의 개인 신용대출 비중은 줄이고 기업 고객 위주인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늘리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이 취급한 부동산 관련 대출의 50% 가량이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출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에 나선 셈이다.
20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총자산 기준 상위 4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신용대출 비중을 일제히 축소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1분기 신용대출 비중이 총대출의 59.2%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55.0%로 약 4.3%p(포인트) 감소했다. OK저축은행의 신용대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55.3%에서 올해 1분기 52.5%로 2.8%p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신용대출 비중을 26.6%에서 25.8%로 0.8% 축소했다. 웰컴저축은행도 지난해 1분기엔 신용대출 비중이 43.3%였으나 올해 1분기엔 3.4%p 떨어진 40.0%로 나타났다.
업계 1·2위인 SBI·OK저축은행은 신용대출 비중을 줄이는 대신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을 늘렸다.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1분기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총대출의 27.7%였으나 올해 1분기엔 29.0%로 1.3%p 올랐다. OK저축은행도 12.7%에서 14.2%로 1년 새 1.6%p 상승했다.
잔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SBI·OK저축은행에선 부동산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SBI저축은행의 신용대출은 지난해 1분기 7조3206억원에서 지난 1분기 7조6042억원으로 3.9%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같은 기간 부동산담보대출은 3조4184억원에서 4조110억원으로 17.3% 급증했다. OK저축은행도 신용대출은 6조1269억원에서 6조1959억원으로 단 1.1% 늘렸지만 부동산담보대출은 1조4043억원에서 1조6795억원으로 19.6% 불렸다.
상위 저축은행이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배경은 건전성 관리가 있다. 지난해 말 금리가 오르며 업황이 급격히 나빠진 후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공격적인 영업을 자제하고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담보대출은 금리가 낮아 수익성이 좋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
리스크 분산도 대출상품 구조을 바꾸는 배경이다. 신용대출은 개인 고객에게 주로 나가는 반면 부동산담보대출은 기업 고객 위주다. 고객의 비중이 한쪽으로 쏠리면 위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상위 저축은행은 몇 년 전부터 전략적으로 신용대출을 줄이고 부동산담보대출을 늘렸다.
실제 SBI·OK저축은행은 중소기업대출 비율을 점차 키우고 있다.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1분기 중소기업대출 비율은 총대출의 45.7%였지만 올해 1분기엔 이 비율이 48.6%로 2.9%p 늘었다. OK저축은행도 지난해 1분기 47.8%였던 중소기업대출 비율을 올해 1분기 51.3%로 3.5%p 늘렸다.
다만 상위 저축은행이 신용대출 비중을 축소하면 저신용자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는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에 상위 저축은행에서 나가는 대출의 규모가 크다. 지난 1분기 기준 상위 4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총 17조7905억원으로 집계됐다. 5~10위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총잔액(9조3228억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대출 여력이 큰 상위 저축은행이 신용대출 비중을 줄이면서 상위 저축은행을 이용하던 수많은 저신용자 고객이 중·하위 저축은행으로 밀려나거나 제도권 바깥으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관련 대출의 50% 가량이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2금융권이 대출을 갚기 어려운 시행사에게 만기 연장을 해주고 있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중 연체기간이 3개월 미만인 ‘요주의이하여신’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신용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저축은행 9곳(SBI·KB·신한·BNK·IBK·대신·키움예스·웰컴·JT친애)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브릿지론 64%, 본PF 38%의 만기가 올 상반기에 도래한다. 이 중 2분기 만기 비중은 브릿지론 27%, 본PF 17%다.
문제는 최근 금리 인상·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시행사가 공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은 우선 만기를 연장했지만 만기를 연장할 경우 금리는 더욱 올라가 시행사가 한계에 몰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 대출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치우쳐 있으면 리스크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 대출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신용대출을 줄이다 보니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많이 내주지 못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