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삼성증권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 2.5조 넘어
“PF 충당금으로 잡힐 가능성 커… 실적 기대 낮춰야”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21조원 규모로 확인되는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공여 잔액이 2분기부터 충당금으로 잡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21조466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2조5663억)과 삼성증권(2조5297억), 메리츠증권(2조3010억), KB증권(2조600억)이 2조원 규모로 가장 많았고 미래에셋증권(1조4490억), NH투자증권(1조746억), 하나증권(1조315억)도 1조원을 넘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지난해보다 잔액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현재 3567억원으로 지난해 말(2689억원)보다 32.7%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32.1% 급증했으며 IBK투자증권은 25%, 메리츠증권은 18.9% 증가했다.
부동산 PF가 올해 증권업계의 큰 위험요소로 불리는 가운데 매입 확약 물량에 따른 위험성이 제기된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신용공여는 매입 보장과 매입 확약으로 구분된다. 매입 확약은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도 많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
매입 보장은 증권사가 유동화증권 차환 발행을 위한 유동성만 제공해주는 형태인 반면 매입 확약은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하거나 투자자 이탈 등으로 유동화증권 차환 금액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대출금을 대신 상환하거나 차환 부족분을 매입해야 한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등은 PF 신용공여 전체가 매입 확약 물량이라고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증권업계의 2분기 실적에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및 손상 인식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 채권금리 급락에 따른 대규모 채권평가이익 시현으로 모든 증권사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지만 증권업종이 코스피와의 격차를 축소하지 못했다”며 “부동산 PF의 잠재 리스크 부담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2015년 이후 증권사 이익 성장 동력이었던 부동산 금융 관련 IB 실적의 회복이 당분간 어렵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커버리지 5개 증권사의 올해 2분기 합산 연결 지배주주 기준 순이익은 6872억원으로 전분기대비 45.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부동산PF 관련 대출채권 상각을 위한 충당금 부담, CFD관련 비용 반영, IB관련 유가증권 평가손실 등이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2분기 거래대금 평균은 1분기보다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에 수수료는 증가했을 것이고 IB도 PF사업 재개되며 양호한 흐름이지만 CFD 및 PF관련 충당금 적립 등으로 트레이딩 수익이 1분기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2분기는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1043억원으로 전 분기(1조5872억원) 보다 30.4% 감소했다.
그중 키움증권은 2136억원으로 1분기(3889억원) 대비 45.1% 줄었고 삼성증권도 전분기(3416억원) 대비 40.5% 감소한 2032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는 전분기(3235억원) 대비 26.8% 줄어든 2368억원, NH투자증권은 전분기(2515억 억원) 대비 25.7% 쪼그라든 1870억원, 미래에셋증권은 전분기(2817억원) 대비 6.4% 감소한 2637억원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