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고금리·고물가에 취약계층의 자금 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금융당국이 통합 햇살론 등을 출시하며 서민금융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복잡하게 나뉜 ‘햇살론’의 여러 상품을 통합하고, 최저신용자 대상 직접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책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을 연내 발표한다. 대출 취급 기관이나 차주 성격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 햇살론의 재정을 통합 운영할 방침이다.
햇살론은 저신용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햇살론(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햇살론뱅크(은행),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햇살론15(은행), 청년층이 대상인 햇살론유스(은행), 저신용자 전용 신용카드인 햇살론카드(카드) 등으로 나뉜다.
통합 햇살론으로 운영될 경우 상품별로 설정된 ‘재원 칸막이’를 해소해 서민층 자금 수요를 보다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햇살론15의 작년 공급 목표는 1조2000억원이었으나 실제로는 이용자들이 몰리며 1조4385억원(달성률 120%)이 집행됐다.
이에 비해 햇살론카드의 경우 공급 목표 1000억원 중 272억원(달성률 27%)만이 실제 공급됐다. 햇살론뱅크의 경우에도 작년 애초 배정됐던 재원은 1조4천억원이었지만 실적은 1조2361억원(달성률 88%)에 그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권별 특성에 맞는 정책금융상품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지만 상품별로 수요가 상이하다 보니 어떤 상품은 수요가 많은데 재원 때문에 공급을 못 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상품은 재원이 남는 경우가 생긴다”며 “통합 햇살론이 출범하게 되면 서민층 자금 수요에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직접 대출을 해주는 시범 사업도 추진한다. 100만원 한도 내에서 신청 즉시 대출을 내주는 소액생계비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이밖에 정책서민금융의 안정적·지속적 공급 기반 구축을 위해 금융회사 출연요율 상향 및 차등 출연요율 개편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앞서 연간 정책서민금융 공급 목표를 10조원에서 1조원 이상 확대해 사상 최대 규모로 공급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이 금융당국이 취약차주 관련 대책을 잇달아 준비 중인 것은 그만큼 서민들의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실정을 나타낸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취약차주 대출잔액은 94조8000억원으로, 1년 전(93조6000억원)과 비교해 1조2000억원 늘었다.
한은은 3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대출자를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채권은 취약차주로부터 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하반기 중 신규 연체 차주와 신규 연체 잔액을 대상으로 보면, 취약차주가 각각 58.8%, 62.8%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