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FDA 등 국제 권위 기구 이견 갈려…소비자 혼란 가중
‘발암가능’ 꼬리표에…식품업계, 아스파탐 대체재 찾기 분주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 논란의 불씨가 여전하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며, 식품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아스파탐은 설탕과 열량이 동일하지만 감미도는 200배 높은 식품첨가물로, 적은 양으로 단맛을 낼 수 있어 가공식품 전반에 흔히 쓰인다. ‘제로 열풍’에 힘입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었지만, WHO의 결정에 아스파탐을 활용한 제로당‧제로슈거 마케팅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파탐’의 현행 사용 기준을 유지하기로 하며 논란을 일단락시켰지만,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미 부정적 낙인이 찍힌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아스파탐의 유해성을 두고 WHO와 연방식품의약국(FDA) 등 권위있는 기관들의 이견이 갈리고 있다. 발암 가능성은 있지만, 안전하다는 모순적인 결론에 업계와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WHO 산하 두 개 전문기구 중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스파탐을 ‘2B군(인체 발암가능 물질)’으로 공식 분류했다. 채소절임, 알로에베라, 휴대전화 전자파와 동급인 발암 가능물질이다.
식약처는 WHO의 또 다른 전문기구인 JECFA(국제식량농업기구‧세계보건기구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의 발표에 근거해 아스파탐의 현행 사용 기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JECFA는 현재의 아스파탐 1일섭취허용량(40mg/kg.bw/day)을 변경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JECFA의 평가결과와 2019년에 조사된 우리나라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량을 고려했을 때 현재 아스파탐의 사용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단 판단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은 JECFA에서 정한 1일섭취허용량 대비 0.12%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FDA는 WHO가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가능 물질로 분류한 데 반박했다. 아스파탐은 인류 식품 공급망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식품 첨가물 가운데 하나로, 캐나다 보건국과 유럽식품안전국(EFSA) 역시 아스파탐이 현재 허용 기준안에서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아스파탐에 대한 ‘발암가능’이란 꼬리표에 소비자들의 인식이 악화됐고, 국제기구들의 이견 차에 따른 향후 재분류 가능성이 제기되자, 식음료업계는 다른 인공감미료를 찾는 데 분주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음료·과자 등에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일부 식품업계는 대부분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등 타 감미료 대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막걸리 업계 또한 타 감미료 대체를 검토 중이다. 막걸리협회는 막걸리에 사용되는 감미료 사용량은 전체 용량의 약 0.01%으로, 대체에 따른 수급․가격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감미료 당도(설탕 대비) 및 가격은 1kg 기준으로 △아스파탐 200배, 4만7000원 △수크랄로스 600배, 4만9000원 △아세설팜칼륨 200배, 2만1000원 △스테비아 300배, 4만6000원 등이다. 다만, 감미료 대체에 따른 막걸리 맛 변화 연구, 품목제조변경 신고, 라벨 교체 등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발표와 관련해 국내외 동향 및 정보를 면밀히 조사 중에 있지만 현재 시행 중인 규격, 제도에 관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내년도부터 본격적으로 현재 이슈화된 사안들을 우선으로, 전반 식품첨가물을 정기적인 계획에 따라 재평가해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