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인천시가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지지받는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정당 현수막 철거'다. 지난 5월 19일 인천광역시의회 제287회 임시회에서 '인천광역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통과되었는데, 주 내용은 △정당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 △지정 게시대에 게시하는 경우 현수막 개수는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 △혐오·비방 내용 금지 등이었다.
해당 상임위원회에서는 본 조례안이 관련 상위법을 위반하는 소지가 있어 이를 제외하고 수정 가결하였으나, 본회의 중에서 다시 수정 가결돼 결과적으로는 인천광역시가 발의한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로 인해 지난 7월, 인천시와 10개 군·구는 인천 전역에서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게첩돼 있던 정당 현수막 모두를 철거했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과 언론매체 그리고 타 지자체에서는 이를 지지한다는 의견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헌법과 옥외광고물법 그리고 정당법 위반이다. 헌법 제117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 즉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또 옥외광고물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8조 제8호에는 정당이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설치하는 경우에는 게시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나와있다. 정당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정당이 정책이나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홍보하는 행위는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중앙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는 이는 상위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재의를 요청했지만,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에 맞서며 법적 소송을 치르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인천시와 일부 기초지자체에서는 수시로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는데, 최근 미추홀구에서 이에 대한 집행이 법적으로 우려된다면서 철거를 행하지 않은 공무원이 보직 해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이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면서 시의원인 본인은 한동안 지켜보았다. 관료출신이자 행안부장관까지 역임했던 유정복 시장이 왜 무리하게 중앙정부와의 법적 공방까지 끌고 가는지 말이다. 최근 한 지역 언론지에서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하마평을 기사로 낸 적이 있는데, 이 후보군들 중 유정복 시장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이에 대하여 더 이상 언급하진 않겠지만, 시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본인의 정치적 커리어에 이용하시진 않으실 거라 믿는다.
다만 이와 관련한 의심은 미루더라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명백한 정치 탄압이면서 정당의 정치 활동을 방해하는 위법행위다. 정당 현수막이 공해를 일으키고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말로 이를 시행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정당이 내건 현수막을 보고 속이 시원하다고 할 수 있고, 이를 지지한다고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정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의견이 담겨있고 서로 충돌하며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인천시는 마치 독재를 연상케 하는 식의 군대식 행정으로 시민들로부터 정당과 정치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면서 눈과 귀를 가리는 것 같다. 정치인에게 특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로 보장돼 있는 통상적인 정치 활동을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겨 정작 정치와 멀어지게 만드는 인천시와 유정복 시장이야말로 초일류도시로의 도약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