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기존 경쟁사인 HD현대와 벌여온 경쟁의 무대를 조선 시장으로 넓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을 앞세워 조선업계에서 HD현대와 경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4월 기존 방산,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추진해온 한화오션 인수 절차를 완수했다. 한화오션의 군함 개발·건조 능력,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송 역량을 활용해 한화그룹 사업에 더욱 힘 싣는다는 복안이다. 한화오션이 그룹 편입 후에도 재무건전성을 단기간에 개선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나이스신용평가)도 나왔지만 사업 시너지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 이견은 없었다.
한화오션 출범 후 한화와 HD현대가 방산, 조선 시장에서 더욱 첨예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산 분야에서는 현재 전개 중인 차세대 군함 수주 경쟁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양사는 내년 입찰 예정인 7조8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에서 진검 승부를 겨룬다.
한화오션이 현재로선 기세등등하다. 앞서 지난 7월 8334억원 규모의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경쟁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건조 사업 입찰자로서 역량을 HD현대중공업과 함께 평가받은 결과 근소한 차이(0.1422점)로 앞섰다. HD현대중공업이 보안사고를 일으켜 1.8점 감점되면서 전체 평가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이번 성과로 한화오션이 후속 수주성과 창출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이뿐 아니라 HD현대중공업이 오는 2025년 11월까지 3년간 군함 건조사업 입찰 과정에서 보안사고 감점을 적용받음에 따라 유리한 고지에 섰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의 우월한 사업 역량은 한화오션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배치3 사업입찰 결과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에 기술능력, 중소·중견기업 등 평가항목에서 모두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보안사고 감점이 없었다면 배치3 사업 입찰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 빅3’ 중 시장 점유율 기준 3위 업체이기 때문에 1위인 HD현대의 맞수로 보긴 어렵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HD현대의 국내 조선 시장 점유율(선박 중량 기준, 특수선박 제외)은 80.3%로 압도적인 수준을 보였다. 삼성중공업 11.9%, 한화오션 5.4%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HD현대는 경쟁 우위 요소인 LNG운반선을 앞세워 최근 글로벌 조선업 활황의 수혜를 입으며 타사와 격차를 더욱 벌렸다.
다만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삼자 대결 구도와 비교할 때, 더 많은 분야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어 줄곧 대조된다. 점유율에서 열세인 한화오션이 최근 배치3 사업을 수주하며 저력을 보인 것도 양사 경쟁에 대한 업계 관심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한화오션이 수소, 에탄올 기반 무공해 추진선과 각 에너지원의 운반선 개발에도 뛰어들면서 양사 경쟁은 미래형 선박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양사간 경쟁 구도는 당사자들도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권식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지난달 HD한국조선해양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이라는 이름으로 한화에 편입되고 나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양사가 뛰어든 특수선사업부 방산 부문은 앞으로 험난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