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으로 임대차 시장 축소 우려도 나와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50가구 미만 공동주택 관리비가 월 10만원이 넘으면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통해 관리비 세부내역을 공개키로 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정책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서민층 주거안정에는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임대차 시장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6일부터 네이버부동산과 직방 등 중개플랫폼이 원룸‧오피스텔 등의 관리비를 세분화해 공개하는 방안을 실시한다.
개정안에 따라 관리비가 월 10만원 이상 정액으로 부과되는 주택 매물의 인터넷 광고 시 공인중개사는 관리비 항목별로 금액을 표기해야 한다.
이는 지난 5월 국토부가 원룸과 오피스텔 등 소규모 주택에 대해 과도한 관리비를 부과하는 관행을 막고 임차인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소규모 주택 관리비 투명화 방안’의 일환이다. 국토부는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명시사항 세부사항 개정을 통해 10만원 이상 정액관리비에 대한 중개대상물 표시‧광고를 의무화했다.
1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의 경우 관리비 세부 내역 공개가 의무화돼 있긴 하다. 오는 2024년부터는 50가구 이상 공동주택도 공개 대상이 된다. 반면 50가구 미만 공동주택이나 다가구, 오피스텔 등은 별도 규정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젊은 수요층 주거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이유로 환영하고 있다.
강서구 공인중개사 A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 따라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할 때 임대료는 최대 5%까지 밖에 인상할 수 없다”며 “이렇다 보니 현재는 100가구 미만의 건물주나 집주인들이 종합소득세 등의 여러 가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는 낮추고 관리비를 올리는 관행이 자리 잡아 관리 사각지대라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히려 다른 명목으로 관리비를 감출 수는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월세가격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리비를 투명화하면 집주인 마음대로 관리비를 받을 수 없으니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표기 의무화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의문도 제기된다.
마포구 공인중개사 B씨는 “임대인들은 월세도 마음대로 못 올리는 상황에서 관리비는 투명화하고 중개인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면 임대수익이 감소해 부작용이 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입자마다 쓰는 난방비, 수도세 등이 다 다른데 이걸 어떻게 책정해서 정량화하고 공지하겠단 것인지 모르겠고 실제로 확인도 어렵지 않나”며 “임대인이 세부금액을 표시하기 곤란한 경우에 대한 예외 규정도 마련된다고 하는데 그렇다 보면 당연히 임대인들은 공개를 꺼려할 텐데 곤란하다는 경우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모든 사람이 원칙대로 정직하게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효과는 제한적일 것”며 “항목별로 나오더라도 항목별로 왜 그렇게 나왔는지에 대해 일일이 따질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임대인 사정에 따라 표기 예외규정을 마련한다고 했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하고 어길 경우엔 패널티도 줘야하는데 사실을 확인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리비 투명화로 인해 임대차 시장 공급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김 소장은 “전월세 가격 올리기도 힘들고 최근엔 전반적으로 임대사업 메리트가 떨어지는데 공급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공급이 감소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도 “다만 임대차법의 영향으로 월세를 5%이상 못 올리니 관리비 명목으로 월세를 받았던 건데 관리비 투명화를 하게 되면 집주인이 월세 매물을 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늘어나 월세 매물이 더 감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