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TSMC·엔비디아 삼각동맹 구축…독주 체제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기업들과 동맹에 나서는 등 시장 지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기업을 찾아 동맹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반도체 동맹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직접 만나 논의했으며 동맹 주요 내용은 파운드리 부문의 포괄적 협업 방안인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위탁생산인 파운드리산업에서 대만 TSMC의 독점이 갈수록 공고해지자, 후발주자인 인텔과 삼성전자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텔은 2021년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를 설립한 후 시스코, AWS와 계약을 맺긴 했지만, 투자 대비 큰 고객을 유치하지는 못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설립하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TSMC와 여전히 격차가 큰 상태다.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글로벌 점유율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2.3%, 삼성전자가 11.5% 수준이다. 특히 TSMC는 3나노·5나노(1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분의 1)와 같은 선단 공정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이 92%에 달한다.
인텔과 삼성의 ‘파운드리 동맹’이 성사될 경우 △공정 기술 교류 △생산 설비 공유 △연구개발(R&D) 협업 등에서 포괄적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세 공정에서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라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인텔은 서로 다른 공정에서 생산된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결합할 수 있는 '포베로스'나 전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파워비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한국·중국에, 인텔은 미국·아일랜드·이스라엘에 각각 제조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필요시 공동 수주나 설비 공유를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TSMC와 삼각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차세대 제품을 공동 개발하며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며 독추 체제를 이어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함께 6세대 HBM(HBM4) 개발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인 HBM3E까지는 자체 D램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지만 HBM4부터는 TSMC가 보유한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 기술도 적용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맞춤형 HBM을 공급하기 위해 고객사와도 협력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들이 각 제품을 공동개발 하는 이유는 AI 고도화로 호황기에 접어든 시장 수요를 발빠르게 잡아가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시장 수요가 이미 공급을 초과하고 있으며, 특히 AI칩 생산에 필수적인 HBM은 더 그런 상황이다.
또 제품 개발에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데, 공동개발을 통해 시간을 대폭 축소시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