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고려해 1시간 50분 만에 종료…조서 열람까지 진행
"아무리 범죄자처럼 만들어도 없던 사실 만들어지지 않아"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재소환 통보에 다시 출석,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음을 강조하면서 국민과 역사가 이를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통해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종결한 뒤 이르면 다음 주 구속영장을 청구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12일 오후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2차 조사를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다시 출석했다. 그는 '단식 13일차'인 이날 1시 25분께 수원지방검찰청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두 번째 검찰 출석이다. 오늘은 대북송금에 제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지 한 번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년 동안 변호사비 대납, 스마트팜 대납 방북비 대납 등 주제를 바꿔가면서 일개 검찰청 규모의 인력을 검사 수십명, 수사관 수백명을 동원해서 수백 번 압수수색하고 수백 명을 조사했지만, 증거라고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 저를 아무리 불러서 범죄자인 것처럼 만들어 보려 해도 없는 사실이 만들어질 수 없다"며 "국민이 그리고 역사가 판단하고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향해 국민이 일임한 권한을 이용해 '정치 탄압'을 일삼는다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국민이 권력을 맡긴 이유는 더 나은 국민들의 삶을 도모하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지, '내가 국가다'라는 생각으로 권력을 사유화해서 '정적 제거'나 폭력적 지배를 하기 위한 수단이 결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께서 겪고 계시는 이 어려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아시아의 발판으로 변해가는 이 한반도의 평화 위기를 방치하지 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더욱더 주력해 줄 것을 부탁한다"며 "정권은 짧고 국민과 역사는 영원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의 이날 검찰 출석은 야당 대표가 된 이후 6번째다.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조사는 단식 10일차였던 지난 9일 이후 3일 만이다. 앞서 열린 1차 조사는 이 대표와 검찰이 소환조사 날짜로 세 차례 신경전을 벌인 끝에 진행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으나, 건강상 이유로 오후 6시 40분 중단했다. 이에 검찰은 12일 재소환을 통보하면서 조사 일정을 놓고 줄다리기가 재현되는 듯했지만, 이 대표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2차 조사가 진행됐다.
이날 조사는 이 대표의 건강을 고려해 주요 혐의에 관한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오후 1시 39분쯤 시작된 조사는 휴식시간을 포함해 오후 3시 28분까지 1시간 50분 만에 종료됐다. 검찰은 조사를 마무리한 후 1차 조사때 날인하지 못한 '조서열람'을 한꺼번에 진행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마친 뒤 이르면 다음 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혐의와 묶는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현역 의원인 만큼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경우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해야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은 체포 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24∼72시간 내 표결해야 한다. 만약 72시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이달 국회 본회의는 21일, 25일이다.
이날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도착하기 몇 시간 전부터 수원지검 후문에 모였다. 200여명의 지지자들은 '검사독재 규탄한다', '야당탄압', '검찰 스토킹 중단' 등 손팻말을 들고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반면 맞은편에는 보수 성향 단체가 맞불 기자회견을 개최해 '대장동 수괴, 이재명을 구속하라'라는 등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