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유통강자’ 백화점 휘청…편의점, MZ 등에 업고 2위 등극
퀵커머스, 선택 아닌 필수 떠올라…온‧오프라인 경계 허물어져
퀵커머스, 선택 아닌 필수 떠올라…온‧오프라인 경계 허물어져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세대교체, 고물가 기조 장기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국내 유통업계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그간 견조한 프리미엄 수요에 힘입어 유통 왕좌 자리를 지켜오던 백화점이 편의점에 위협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올 상반기 업태별 매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편의점이 16.6%다. 백화점(17.6%)과의 격차는 1%포인트로 좁혀졌다. 대형마트(13.3%)와는 3.3%포인트 차이를 두게 됐다. 그간 오프라인 유통채널 3위를 유지하던 편의점은 2021년 매출 비중이 15.9%대 15.7%로 올라서며, 처음으로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를 앞지르고 2위에 올랐다. 해외명품, 패션, 잡화 등 대부분 품목의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를 비롯한 대부분의 비용이 증가하며 백화점의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통 오프라인 유통 강자의 위세가 주춤하는 사이, 편의점은 시장 내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편의점이 갖춘 ‘마이크로 상권’과 주 이용고객이 2030세대라는 특성이 주효했다. 전국 범위로 1만개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는 채널은 편의점이 유일하다. 식음료, 패션, 뷰티 업체들은 최단기간‧효율적으로 전국권 유행을 만들 수 있는 통로란 판단 하에 편의점과의 협업을 강화했고, 편의점은 ‘종합 서비스 플랫폼화’를 이뤘다. ‘픽업‧배달 서비스’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 택배서비스는 지점별 택배보관함에서 고객이 직접 배송품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일반 택배 대비 낮은 운임료가 책정돼 고물가시대에 각광받고 있다. 택배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자 ‘알뜰택배’ 등 가성비 서비스를 늘리며 집객에 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보편화로 퀵커머스 경쟁력도 주효해졌다. 지난 3년여간의 코로나 펜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커머스는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반면 대형마트는 지속된 영업 실적 지표 악화에 허덕였다. 유통업계 전방위는 채널‧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소비자 맞춤형 배송 경쟁에 뛰어들며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은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배달커머스 전용 상품 개발에 나섰다. B마트 내 전용관을 신설하고, 햇반, 스팸 등 CJ제일제당의 주요 인기 제품들뿐만 아니라 배달커머스 서비스 특성을 고려해 냉동과 냉장식품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hy는 자체 배달 인프라인 ‘프레시 매니저’를 활용해 신사업 ‘프레딧 배송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자사 생산 제품에서 타사, 매입상품까지 배송 범위를 확대했다. 1만1000명 규모의 프레시 매니저가 쌍방향 소통을 통해 배송시간 조정, 반품 등 고객 요청사항을 실시간으로 대응,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4월엔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의 지분을 인수, 물류사업 시너지 강화가 기대된다. 주류업계도 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와인은 코로나 기간 동안 홈술 문화의 확산과 음용 트렌드의 고급화 등으로 유례없던 호황기를 맞이했지만, 코로나 수혜가 끝나자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와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소수 수입상이 독과점하던 시장구조를 깨졌고, 작황 부진에 고환율이 겹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 것이 직격타를 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코로나 펜데믹의 여파를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의 희비를 가른 근본적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각 기업들은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자체 플랫폼 개발, 신사업 발굴 등에 힘을 쓰며 ‘종합 유통기업’화를 이룬 것이 지금의 유통가 지형을 개편한 촉매제로 작용했다”며 “유통업계 대목인 연말엔 지난해 이태원 참사 및 경영 제반 비용 부담 등 전년 비 기저효과도 더해져 일부 업황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