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국내 R&D(연구개발) 대부분이 대기업에서 집중되는 가운데, 정부의 R&D 지원이 축소되면서 중소기업의 기술 주권이 소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5개 기업의 R&D 투자가 전체의 75.5%에 달해, 사실상 국내의 연구 대부분을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글로벌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국내의 연구개발 투자 비용집중도가 주요 국가에 비해 높아 1위 기업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전자의 R&D 투자는 총 한국 기업의 R&D 투자 중 49.1%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위 기업의 집중도가 6.3%에 불과했으며, 중국 10.0%, 독일 17.1%, 일본 7.6%, 영국 21.7%, 프랑스 19.8%로 조사됐다. 문제는 투자 한파가 몰아치는 현재, 벤처 및 스타트업은 연구개발비를 충당할 방안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중기부는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은 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물경기 둔화 지속,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 금융시장 불확실성 고조, 경기회복 부진 등이 주요 요인이다. 경제 전문기관들은 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해 관련 업계를 활성화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전경련은 “산업 전반에 걸친 R&D 투자 활성화와 1위 기업에 대한 쏠림 현상 완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확대 정책 등 적극적인 R&D 투자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소규모 연구실 및 과학자에게 절실한 연구개발 관련 정부 예산은 축소되고, 대기업에 대한 혜택은 늘어난 실정이다. 지난 7월 정부는 내년 R&D 분야 예산이 25조9152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는 올해(31조778억원)와 비교하면 5조1626억원, 16.6% 가량 줄어든 액수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7조원가량의 R&D 예산이 정비됐는데, 이중 2조∼3조원은 다른 사업으로 이관했고 4조∼5조원은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또 한편으론 국가첨단전략산업과 관련된 연구개발에 세재 혜택을 주는 방안이 마련됐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세법개정안'를 발표, 바이오의약품 관련 8개 기술과 4개 시설을 국가전략기술·사업화시설에 포함하고, 하반기 R&D 지출·시설투자 분부터 적용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기존 3개 산업(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에 바이오를 더해 국가첨단전략산업을 확대하기도 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