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의존’ 국내 식품, 高유가‧환율 직격타…설탕‧소금값 1년만 최고치
우유·주류 가격 인상 물꼬 트여…연말연초 선두업체 따라 줄인상 예상
우유·주류 가격 인상 물꼬 트여…연말연초 선두업체 따라 줄인상 예상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국내 유통업계가 국제 유가 불안정성, 고환율 등 대내외 악재를 마주하며 제품 출고가 도미노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다수 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외식·식품업체들 특성상, 유가와 환율이 오르면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 제조 부담이 가중돼 물가 상승 촉발 요인이 된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 이후 28개월째 평균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외식 부문 물가 상승률은 4.9%로 전체 평균보다 1.2%포인트 높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물가 상승률이 평균을 웃돈 품목은 31개로 79.5%에 달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유·주류 등 국내 주요 먹거리 가격이 오르고 있어 도미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비맥주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했다. 1년 7개월 만에 가격 상향 조정이다. 환율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부담이 원인이 됐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경쟁업체들은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선두업체의 인상안 발표를 기점으로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지난 1일부터 낙농진흥회가 원유 기본가격을 L당 88원(8.8%) 올리며, 우유를 재료로 하는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식음료 제품들의 가격이 연달아 치솟는 ‘밀크플레이션’의 물꼬도 트이고 있다. 지난해 원윳값 인상 여파로 유업체들이 우유 제품가를 약 10% 올리자, 빵 가격은 6%대, 아이스크림 가격은 20%대로 치솟은 바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흰 우유 제품인 ‘나100%우유’(1L) 출고가를 대형할인점 기준으로 3% 인상했다. 매일유업은 우유 제품 가격을 4∼6% 올려 잡았고, 가공유 제품은 5∼6% 오르고 발효유와 치즈 제품 가격은 6∼9% 상향조정했다. 남양유업은 흰 우유 제품인 맛있는우유GT(900㎖) 출고가를 4.6% 인상했고, 다른 유제품 출고가는 평균 7% 올렸다. 빙그레와 해태 아이스크림은 지난 6일부터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설상가상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되는 설탕과 소금의 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동시 최고를 기록하며 물가 상승 요인을 가중시키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설탕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41.58로 지난해 동월보다 16.9% 상승했다. 지난해 9월(20.7%) 이후 1년 만의 최고치다. 설탕 물가 상승률은 올해 7월 4.0%에서 8월 13.8%로 급등한 데 이어 지난달 더 올랐다. 지난달 설탕 물가 상승률은 전체 물가 상승률(3.7%)의 4.6배에 달했다. 특히 올 상반기엔 정부 압박에 따른 식품업계 줄인하가 단행된 바 있어, 기업 내부 비용 절감으로 감내해오던 인상 요인이 심화된 상황이다. 앞서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의 ‘물가안정 간담회’ 후 CJ제일제당‧롯데웰푸드‧하이트진로‧오비맥주 등이 잇따라 가격 인상안을 보류한 바 있다. 지난 6월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하고 나서자,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 농심을 필두로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이 줄인하를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 요인이 산제하는 상황 속 보여주기식 가격 동결 및 인하는 한계가 존재하고, 중장기적 상생효과 측면에서 되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식품업계를 포함한 산업계 전반에선 시장 선두업체의 인상안 발표가 선례 가이드라인이 돼, 연말연초 대대적인 업계 줄인상이 전망된다”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