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기조에 전기‧가스요금까지 올라 사업 불가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소기업‧소상공인의 사회안전망으로 평가받는 노란우산공제의 폐업 공제금이 8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소상공인의 폐업 증가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란우산공제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의 공제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퇴직금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최근 폐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노란우산공제를 깨는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대폭 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는 지난 2007년 9월 출범한 사회안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고 있으며, 매달 5만~100만원을 부금으로 납부하면 폐업 시 복리 이자를 붙여 목돈으로 지급해준다. 자금으로 은행의 대출 연체나 국세 체납 시에도 압류되지 않아 가급적 깨지 않는 편이다.
이러한 순기능을 가졌음에도, 올해 폐업 공제금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89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2% 늘었다. 작년 연간 기록(9682억원)의 92.4%를 3분기 만에 채워낸 셈이다.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6142억원에서 2020년 7283억원, 2021년 9040억원, 2022년 968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 4분기를 감안하면 1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업 공제금 지급건수도 2019년 7만5000건을 기록한 이후 2020년 8만2000건, 2021년 9만5000건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작년 건수는 9만1000건으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위기를 보여준 바 있다.
관련 데이터로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하락세를 확인할 수 있다. 자영업자 비율은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20%를 밑돌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부터 꾸준히 이어진 경기 침체가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내수 시장에는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가 나타났다. 동시에 전기 및 가스요금 등 변동비까지 상승하면서, 유동적 대응이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숨통을 막았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퇴직금으로 준비한 노란우산공제 폐업 공제금으로 그간 쌓인 빚 상환 마저 어려워지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대책만으로는 자영업자들의 회복을 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 불구하고, 결국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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