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늘고 소득은 줄어…아르바이트생 고용도 힘들다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자영업자들의 채무 연체율과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 인건비 부담 증가 등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9월 위기설’은 정부가 코로나19 지원 대책으로 각종 대출에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를 해준 조치들이 9월이면 종료돼 잠재된 부실이 한꺼번에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불거졌다. 정부는 9월 자영업자 대란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달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전체 대상채무가 당초 100조원에서 76조원으로 감소하는 등 연착륙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상환부담도 만기연장은 2025년 9월까지 지원되고, 상환유예는 최대 5년간 분할 상환이 가능해 9월 자영업자 대란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분기(4~6월)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들의 대출액 중 1개월 이상 연체한 금액은 7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은행의 분기별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을 따져봐도, 올해 2분기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8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졌을 당시 빚을 져가며 사업을 간신히 유지해왔던 여파다.
소득도 줄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2분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537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9.5% 줄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도 343만원으로 16.2%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구 소득에서 이자 비용과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소득으로 가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다.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처분가능소득에서 물가 상승의 영향을 제외한 수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평균 매출액을 묻는 질문에 ‘5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2.6%로 가장 많았다. ‘500만원~1000만원’이 19.4%였다. 절반 이상은 연매출 1억2000만원 미만인 셈이다.
차남수 소공연 정책홍보본부장은 당시 “올해 3월말 기준 소상공인 대출총액은 1034조에 달하는 데 반해, 정부의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지원을 받고 있는 여신은 85조3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8.25%에 그치고 있고, 이번 실태조사 결과 10%가 넘는 소상공인이 대출 만기도래 및 상환 독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상공인의 금융비용이 급증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저금리 대출 확대 및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금융지원대상을 전체 자영업자 대출 등으로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건비 역시 과중한 부담이다. 소공연은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강한 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소공연은 성명서를 통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년 동안 최저임금을 52.4% 올리는 과속 인상을 벌여왔다. 무절제한 과속 인상의 결과는 고용 축소로 이어졌고 내년엔 더욱 심화될 공산이 커졌다”며 “소공연이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지난 몇 년 동안 소상공인의 연평균 영업이익 상승률은 1.6%에 불과한 데 반해 인건비 상승률은 3.7%에 달했다. 그 결과 올해 1~4월 소상공인 월평균 영업이익은 281만7000원, 지불하는 월 평균 인건비는 291만원으로 이미 소상공인은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인건비로 지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홀로 자영업자’는 이를 뒷받침 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만4000명 늘어난 438만3000명이었다.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A씨는 “점심시간이나 주말 등 손님이 몰려 바쁜 시간에라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싶지만, 지금 가게 수입을 기준으로 계산해봤을 때 단시간이라도 고용하면 적자가 나서 도저히 고용할 수가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식당을 운영한 B씨는 “코로나 당시에도 손님이 줄고, 영업시간도 단축하게 돼 매출이 줄었던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최근에는 손님도 많아졌고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오히려 더 줄고 있다”며 “가스 및 전기요금과 원자재 가격이 너무 큰 폭으로, 그것도 순식간에 늘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