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조 넘게 던진 개미들...공매도 금지에도 '팔자'
대차거래 잔고만 급감…전문가들 "숏커버링 일단락"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당국의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 효과가 사실상 끝났다. 급등했던 코스피지수가 2400선 초반으로 밀리고, 800선을 훌쩍 넘었던 코스닥지수도 700선 후반으로 내려오면서 기대감도 사라지는 분위기다. 개미들은 이달 들어 2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고, 기관투자자들도 팔자 행렬에 가세했다.
최근 공매도 금지 결정 후 증시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 적지 않다. 실제로 정부의 공매도 금지 발표 후 한 주 동안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금지 첫날인 지난 6일 코스피는 5.66%, 코스닥은 7.34% 오르며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증시는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선 뒤 등락을 반복했고, 초반 상승분을 거의 다 반납한 채로 일주일을 마무리했다. 당초 의도했던 숏커버링은 기대 만큼 강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장의 수급만 위축된 모습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발표로 인한 시장의 반등은 마무리된 분위기다. 당초 1~2주 정도는 공매도 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수는 시행 당일 급반등한 이후 숏커버링이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이경미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하루에만 공매도 잔고수량이 코스피시장은 4.2%(1106만주), 코스닥시장은 5.5%(995만주) 급감했다"면서 "그러나 7일부터 숏커버링 매수 강도가 급격히 축소돼 일일 공매도 잔고수량 감소율은 1%대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예상했던 숏커버링 유입에 따른 상승이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코스피 공매도 잔고는 지난 8일에도 11조5322억원으로 금지가 발표되기 직전인 3일의 11조7871억원에서 크게 줄지 않았다.
숏커버링이 이미 일단락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제한 직후 외국인 매수가 강했는데 오전부터 급증한 배경은 대여자 리콜(중도상환)이 배경으로 생각된다"면서 "대차물량은 대여자가 리콜을 요청할 경우 T+1일 이내 상환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숏커버링 여력은 충분한데 아직 상환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급하게 청산해야 할 요인을 못느끼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개인들마저 이차전지 인버스 ETF를 매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상승에 대한 확신이 형성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고 연구원은 "공매도와 관련 대차잔고 상위주는 올해 랠리가 돋보였던 2차전지 관련주에 집중돼 있다"면서 "외국인 순매도는 펀더맨털의 개선이나 글로벌 주식시장의 센티먼트 회복 없이 전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달 들어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은 매도세도 뚜렷하다. 1일부터 13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2조 1000억 원어치를 팔았다. 공매도 금지 후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10월 순매수 금액과 맞먹는 금액이다. 공매도 금지 이후로만 한정해도 개인투자자들은 6일부터 13일까지 8109억원을 순매도했다. 당초 의도한 공매도 금지 효과가 사라진 셈이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들도 1669억원 순매도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커버링이 마무리되면서 주로 공매도 거래를 해온 외국인이 우리 주식 시장을 빠져나갈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이렇게 되면 연말 국내 주가는 개인투자자에 더 크게 좌우될 수도 있다.
한편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대기자금으로 불리우는 대차잔고 금액이 15조원 줄었으나 공매도 잔고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상환이 단 하루만 나타났고, 숏커버가 일단락 됐다고 분석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대차거래 잔고금액은 73조72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매도 금지 시작 후 무려 15조원이 감소한 모습이다. 공매도 금지 첫날인 지난 6일 기준 대차거래 잔고금액은 89조3887억원에 달했다. 공매도 금지 직전인 지난 3일의 대차거래 잔고액은 약 82조원이었다. 대차거래 잔고주식수도 급감했다. 잔고주식수는 지난 6일 20억5434만9920주에서 10일 18억6011만7980주로 급감했다. 일주일새 약 2억주가 줄어든 것이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보유한 기관이 차입기관에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준 뒤 나중에 돌려받기로 약정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국내 주식시장은 비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어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대차거래가 필요하다. 이에 대차거래 잔고를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분류하는 성향이 있다.
이로 인해 그간 대차잔고의 증가는 향후 공매도 증가의 시그널로 해석됐고, 대차잔고의 감소는 공매도 감소와 숏커버링의 시그널로 예측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7일부터 공매도 감소, 숏커버링 매수 강도가 급격히 축소됐다"며 "일일 공매도 잔고 수량 감소율은 1%대로 축소됐다. 지난 2020년 당시보다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맞물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2차전지 중심의 매도가 재개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