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등 1기신도시 리모델링 단지도 주민 갈등 심화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재건축 대안으로 꼽히는 리모델링 사업이 규제와 주민 갈등 속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단지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최대 규모의 리모델링 단지로 꼽히던 대치2단지 아파트는 최근 리모델링 조합장 해임 및 직무정지를 위한 임‧대의원회 개최를 위한 이사 및 대의원 발의서를 접수받고 있다.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2021년 정기총회에서 시공사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대한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컨소시엄은 조합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올해 6월 조합에게 원금 112억원과 이자 등 총 144억원을 컨소시엄에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일부 조합원은 현 조합장이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해 주택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조합장의 직무정지와 해임을 요청하고 있다.
발의서를 접수 중인 A씨는 “법원 판결에 따라 144억원과 더불어 연리 15%를 적용해 매달 2억원 상당의 이자가 늘어나고 있고 입찰보증금 규모가 크다보니 시공사들이 들어오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2007년 조합이 설립돼 1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조합 동의율 75%도 확보가 안 되고 있어 현 조합장이 내놓은 결과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정보공개 청구도 수차례 요구했지만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주택법 12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매달 이자는 늘어나는데 사업 추진도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발의서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는 동아아파트가 사업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안전진단 C등급 판정을 받은 동아아파트는 수평증축만 가능해 당초 수평증축과 별동증축을 추진하는 동시에 1층을 필로티로 하고 최상층 1개층을 띄우는 형태로 추진하는 구상을 내놨으나 서울시가 이를 B등급 이상의 경우에만 가능한 수직증축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근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잠원한신로얄아파트는 2차 안전성 검토에서 수직 증축 부적합 판정을 받아 기존에 추진하던 리모델링이 불가능해졌다. 현재 조합은 안전성 검토 재신청과 조합 청산을 두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과 평촌 등 1기신도시에서는 정치권의 1기 신도시 특별법 논의에 따라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들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리모델링 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까지 마친 일산신도시의 문촌마을 16단지와 강선마을 14단지에서는 단지 내에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후곡마을 11, 12단지의 경우, 조합 설립에 대한 주민 동의율 60%를 넘겼지만 재건축 추진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