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관련 현안질의
여야, 사고 대응 및 예방 시스템 부실 지적
여야, 사고 대응 및 예방 시스템 부실 지적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사상 초유의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를 질타했다. 해외 출장 중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고기동 차관은 사고 발생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다만 여야는 행안위의 부실한 대응과 시스템을 지적하면서도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국회 행안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23일 오전 진행된 전체회의 현안질의에서 사고 발생 당시 행안위의 늑장 대응과 사전 예방 시스템 부실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특히 이날 회의 도중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사이트에 오류가 발생, 1시간가량 불통 현상을 보이면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는 더욱 거세졌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카카오를 질타하고 공격했다"며 "전산망 마비는 카카오 먹통보다 더 중대한 사태인데도 대통령은 사과는 하지 않고 평가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산망을 관리하는) 중소업체의 역량 문제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서 꼬리를 자르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은 행안부의 무책임한 사고 대응을 지적하면서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행안부는 피해 접수창구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데, 일 터진 다음에 나 몰라라 한다"며 "카카오 먹통 때는 재난 문자를 보내놓고 이번엔 문자 한 건도 보내지 않았다. 축소 은폐하려고 한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여당도 행안위 미흡한 대응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용판 의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진 디지털 정부라는 자부심이 조금 손상된 것은 사실이고, 체면을 많이 구긴 것은 맞다"고 꼬집었다. 이어 "행안부는 지금 2가지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왜 국민들에게 (재난) 문자를 보내지 않았는지, 그리고 관련 업체에 대기업 참가를 제한해 기술력을 떨어뜨린 문제"라고 언급했다. 다만 여당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도 이전 정부 당시 전산 오류 사례를 들며 에둘러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권성동 의원은 "2004년부터 20년가량 전자정부를 추진했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정부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게 꼭 윤석열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에는 코로나19 백신 예약 시스템 접속 장애 등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고기동 차관은 여야의 날 선 비판에 잇따른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해 거듭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정부 행정전산망은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먹통 사태가 이어지면서 민원서류 발급 등에 큰 차질을 빚었다. 현재 정부 전산망은 지난 20일 행안부가 복구를 발표한 이후에도 산발적으로 오류가 이어지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 오류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 22일에도 주민등록등본 발급이 한때 중단됐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