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당국-CEO 간담회...역대급 순익 되레 부담으로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보험사 순이익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11조원을 넘어서면서 전년 대비 50% 가까이 급증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보험손익이 크게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호실적에도 보험사들은 부담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역대급 순익에 걸맞는 상생금융 방안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커질 거로 보여서다. 오는 6일 금융당국을 만나야 하는 보험사 CEO들은 저마다 상생방안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대규모 이자수익을 거둔 은행권이 2조 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보험사를 향한 상생 압박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이 4일 발표한 ‘2023년 1∼9월 보험회사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생명보험사 22개·손해보험사 31개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1조422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6613억 원(47.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보사는 4조3993억 원으로 49.4%, 손보사는 7조232억 원으로 45.8% 각각 늘었다.
생보사의 경우 보장성 보험 판매 증가와 회계제도 변경 효과 등으로 보험손익이 개선됐지만 금리 상승 때문에 투자손익은 악화했고 손보사는 자동차보험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했고 회계제도 변경 효과로 보험손익이 개선됐다.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76조4588억원으로 1조2283억원(1.6%) 감소했지만 손보사 수입보험료는 85조8536억원으로 7조2114억원(9.2%) 증가했다.
생명보험사는 저축성, 변액보험 수입보험료가 감소했고 손해보험사는 장기·자동차·일반보험 수입보험료가 고르게 증가한 가운데 퇴직연금 영업 확대로 수입보험료가 크게 증가했다.
보험사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2%와 9.0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54%포인트 상승, 0.39%포인트 하락했다.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간담회가 잡힌 보험사들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생보와 손보가 각각 5000억원씩 총 1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분히 은행권이 내놓은 2조원 짜리 상생안을 고려한 규모로 보인다.
생보업계는 청년·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저축·연금보험 관련 상품 출시하고 사회공헌 활동 등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 1일 자립준비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상생협력 금융 상품인 '교보청년저축보험'을 출시했다. 만 19~29세 자립준비청년이 월 5만~50만원을 납입하면 5년 동안 연 5%의 확정 이율이 제공된다. 6년 차부터 만기까지는 공시이율에 매년 1%의 자립 지원 보너스도 받는다.
한화생명은 2030세대에게 5년간 연 5%의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2030 목돈마련 디딤돌저축보험'을 내놓았다. 상생금융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아픈 가족을 돌보며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돌봄청년 지원하는 '영케어러 디딤돌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1~10월 손해율은 83.7%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3.2%보다 0.5% 포인트 낮아 인하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1∼2% 수준이던 인하 폭을 최대 3%까지 확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률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실손보험은 약 4000만 국민이 가입해 '제 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지난해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평균 8.9%의 보험료를 인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보험사가 일부 부담을 지더라도 실손보험료 인상 폭을 낮추는 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화손해보험은 이날 세종시청에서 세종시, 금융감독원과 지역 사회공헌을 위한 '함께 같이, 아름다운 동행' 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세 기관은 금융사기 피해 예방, 개인정보 보안 강화,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합쳐나가기로 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역 사회공헌을 위해 크게 ▲금융사기 피해 예방 지원 및 교육 ▲개인 및 기관에 대한 개인정보보안시스템 점검·진단 및 컨설팅 ▲난자동결 시술 비용 지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국민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