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에 고금리...금융권 “내년 더 어렵다”
정부 “부실 채권 경·공매 통해 PF 연착륙 추진”
정부 “부실 채권 경·공매 통해 PF 연착륙 추진”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며 시장은 금융업의 ‘뇌관’이 터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간 부실 채권 만기 연장으로 근근히 버텨 왔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에스앤피(S&P)와 나이스신용평가 공동 세미나에서 “올해와 같은 방식(만기연장 등 위험 이연)으로 내년까지 더 끌고 갈 수 없다고 본다”며 “사업성이 도저히 안 나오는 사업장은 부실을 터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업성이 아주 낮은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터질 것이고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으로 생각한다”며 “손실이 나올 수 있지만 경착륙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정부가 핸들링(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으로, 3월 말(131조6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 늘었다. 이 기간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도 2.01%에서 2.17%로 0.16%포인트 상승했다. 증권사의 경우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7.28%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5대 은행, 대형 증권사 등을 참여시켜 대주단 협약을 가동, PF대출 만기 연장을 유도해 왔다. 이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금리 인하를 가정했던 것이지만 상황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 본부장은 “기준금리 조기 인하와 부동산시장 회복을 전제로 브릿지론의 만기가 연장돼 왔는데 기대가 무산됐다”며 “토지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해, 브릿지론 토지의 경매·공매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릿지론은 시행사가 본 PF로 넘어가기 전 토지 매입 등 자금 조달을 위해 일시적으로 끌어오는 대출이다. 브릿지론 신규 대출 금리는 2012년 8~9%에서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인 20%까지 올랐다. 여기에 수수료율을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고 있다. 또 차환금리도 10%대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브릿지론은 통상 본 PF보다 수익성이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