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미성년자가 가짜 신분증을 통해 주류나 담배를 구입해도, 이들에게 속아 물건을 판매한 자영업자만 처벌받고 있어 해결책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성년자에게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행위는 청소년 보호법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더해해 개별법(식품위생법·담배사업법)상 영업정지(과징금) 처분도 내려진다. 그러나 현행법상 판매자만 처벌받는 실정이다.  먼저, 청소년보호법의 경우 면책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업주가 검사를 했음에도 미성년자가 위조 신분증을 사용했다면, 검찰이 판단 후 정상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해주는 정도에 그친다. 식품위생법의 경우 미성년자의 신분증 위조나 변조, 도용으로 업주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하고 판매했을 경우 처분이 면책된다. 그러나 행정처분 면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해 적발된 사례는 6959건이었다. 그중 행정처분을 면제받은 사례는 194건으로 전체의 2.8%에 불과했다. 팬데믹 이후 자영업자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가짜 신분증에 속아 판매정지를 당한 업주들은 생계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최근에는 미성년자들이 업주를 속여 술과 음식을 주문한 후, 업주만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역이용해 ‘무전취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국민권익위원회와 법제처는 지난 3월 ‘사업자 부담완화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대다수가 사업자 부담 경감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4434명 중 80.8%에 달하는 3583명이 ‘나이 확인과 관련해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다음으로 ‘사업자의 신분 확인 요구권 및 구매자 준수의무 명문화(17.4%)’, ‘모바일을 활용한 신분 확인 방법 다양화(16.4%)’, ‘형사처벌 수준 완화(16.2%)’ 순이었다. 용인시에서 요식업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실물 신분증을 철저히 확인하더라도 위조 신분증에 속아 넘어가 결국 영업정지를 당한 경우가 한두 건이 아니다”라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 영업정지까지 당하게 되면 생계가 막막한 상황인데, 업주만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