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결 없었음에도 의결 있는 것처럼 직권을 남용하며 사업 진행” 주장
이사회, 총 5개 항의 조합장 직권남용 등 부적절한 처신 문제를 긴급 안건 상정
매일일보 = 오범택 기자 | 충남 서산의 한 지역주택조합장이 직을 박탈당하는 ‘해임·직무정지’가 임원들에 의해 의결됐다.
서산 잠홍동지역주택조합 및 조합원들에 따르면 조합 이사회는 지난 14일 오후 9시 30분, 서산시 서해로 3573번지 르셀웨딩홀 2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조합장 해임 및 직무정지의 건 △직무대행자 선임의 건 등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 2건 모두 조합장 본인을 제외한 이사 3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주택 임원들의 경우 지난 6월 2일 개최됐던 조합원 임시총회 당시 현 조합장을 적극 지지하며 이사(3인) 및 감사(1인)로 선출된 4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수개월 간 조합 업무 논의 과정에 조합장과 ‘사업 추진 장기화와 지지부진’ 등 의견대립으로 조합원들로부터 강한 불만을 사며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로써, 조합장 이모 씨의 직무는 즉시 정지되고 동시에 직무대행자로 선출된 조합 감사가 조만간 총회를 열어 새로운 조합장이 선출될 때까지 그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이날 이사들은 긴급 안건 상정 이유로, △조합장이 직권을 남용하여 이사회 의결사항 원인무효로 해 없던 일로 처리 △이사회 의결이 없었음에도 의결이 있는 것처럼 하여 직권을 남용해 의사결정 및 사업 진행 △조합 임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거나, 고의로 잘못된 정보(자료) 등을 제공함으로써 이사회가 그릇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 행위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조합의 대표인장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조합장 개인 서명으로 조합의 의사결정인 것처럼 합의서 등에 서명함으로써 조합의 이익에 반하는 업무처리 △조합장이 소송 관계인이면서 그 직위를 이용하여 계속적으로 조합과 조합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 강행 등이 ‘조합장 해임 및 직무정지’ 사유라고 주장하며 안건처리를 강행했다.
이사회 의결이 끝나자, 조합장은 자신의 지팡이로 회의 책상을 내리치는 등 강하게 반발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날 긴급 이사회에는 30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참관해 회의 진행상황을 지켜봤으며, 이사회 의결에 반발하는 조합장을 향해 “이제 다 끝났다.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하는 등 강력히 항의했다.
이사회에 참관한 한 조합원은 “조합 사업을 끝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는 사람이 조합장 자리에 앉아있어야 사업이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갈 것”이라며 “땅 작업이나 하던 부동산 업자가 조합장으로 앉아서 사업승인 후 집 지을 생각보다, 땅 팔아먹을 궁리나 하고 있어서야 될 일이냐”고 분개했다.
또 다른 조합원도 “일반분양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는데, 7~8년 동안 이렇다 할 진척도 없이 이러고 있다 보니 이젠 정말 지칠 대로 지쳤다”며 “이 사업이 더이상 표류하거나 좌초한다면 이곳에 발 묶인 360여 조합원들의 절망은 말로 표현키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긴급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임원은 “지난번 총회 때는 조합장의 거짓말이 다 사실인 것으로 믿고 조합장과 대척점에 있던 업무대행사를 나무라며 (대행사) 계약해지에 힘을 보탰었다”며 “또한 임원이 된 후에도 그렇게 알고 회의에 참석하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판단이 잘못됐고, 조합장이 사사건건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커져 임원들이 ‘조합장 해임 및 직무정지’를 강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업은 당면한 현안들이 많기는 하지만, 사업승인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모든 조합원이 똘똘 뭉쳐 이제부터라도 고삐를 바짝 조이고 질주한다면 꼭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가급적 최단기간 내인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조합원 총회를 열어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하고, 여러 현안들을 속도감 있게 처리해나가야 한다”고 조합원들을 다독였다.
서산시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민간사업인 관계로 조합 내부 사항까지 언급하는 건 곤란한 측면이 있다. 다만, 조합에서 표출된 내부적 갈등이 순조롭게 잘 마무리돼야 사업지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라며 “시는 사업승인 등 행정적 사항들에 대해 조합원님들 고통과 입장을 감안,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서산 잠홍동지역주택조합은 서산시 잠홍동 541번지 일원 약 22,780㎡(6,890.95평)의 사업대지에 지하 2층~지상 25층, 5개 동으로 전용면적 59~84㎡, 총 538세대 규모의 공동주택(아파트) 사업승인을 신청한 상태로, 내년 초 사업승인 완료를 기대하고 있다.
서산=오범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