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기업 도산설에도 “돈이 안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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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기업 도산설에도 “돈이 안 돈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1.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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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성 자금만 '쑥'...CMA·투자자예탁금 급증
시중자금 부동화...요구불예금 두달 새 18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시중자금 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직원이 5만원권을 검수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시중자금 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직원이 5만원권을 검수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촉발된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줄도산 가능성까지 번지며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부동산 PF 잔액은 134조원으로 당장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데, 자금시장 경색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지면서 확실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은 부동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만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4%대 정기예금 상품이 자취를 감추면서 시장의 부동자금이 늘고 있다.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 수시입출금식예금(일명 파킹통장) 등 요구불예금이나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완연한 증가세를 나타내는 모양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신규가입금액은 38조3958억원으로 집계됐다. 예테크족들의 신규가입금액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10월 말(81조9735억원) 대비 53%나 감소한 수치다.  반면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은 같은 기간 598조7041억원에서 616조7480억원으로 18조439억원 불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연말 결산 시점에 맞춰 기존 대출을 상환하거나, 유휴 자금을 요구불예금에 넣어두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예탁금도 50조원대로 불어났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역대 최대 수준까지 치솟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제외)은 53조81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48조4810억원) 대비 11.0% 증가한 수치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찾지 않은 돈을 말한다. 언제든지 증시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린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CMA 잔고도 지난 26일 기준 75조4103억원을 기록했다. 2006년 도입된 후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말(57조5036억원) 보다는 31.1%(17조9067억원)이나 늘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 금리 수준이 3%대로 내려오면서 은행 정기예금으로 쏠렸던 자금이 다시 외부를 향하는 분위기”라며 “단기 금융시장에 자금경색까지 우려되고 있어 돈맥경화 현상은 당분각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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