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EV·배터리·신재생에너지 선거 영향권
‘트럼프 리스크’에 긴장…정책 기류변화 촉각
2024년은 '폴리코노미(Policonomy)'의 해가 될 전망이다. 폴리코노미는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정치에 휘둘리는 경제를 말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에게는 올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촌 선거 이슈가 K-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을 상편, 하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글로벌 선거의 해로 불리는 2024년.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폴리코노미(Policonomy)'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당장 이달 미·중 패권경쟁의 대리전으로 불리는 대만 총통 선거는 반도체 업계에 팽팽한 긴장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은 우리 기업들을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갯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올해는 기업들이 대외 정세 급변으로 여느 해보다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난국이라는 평가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경제 최대 변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구촌 선거다. 총 76개 국가에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수준인 42억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7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총선을 시작으로 13일 대만 총통 선거, 2월 인도네시아 대선,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대선, 4월 우리나라 총선, 6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 9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11월 미국 대선 등이 줄줄이 예고됐다. 이에 각국의 석학들은 '폴리코노미' 현상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특히 2022년 수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41%인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출된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수익성 악화는 물론 기존 사업 전략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우선 반도체 공급망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우리나라는 조만간 치러질 대만 선거의 영향권에 놓였다. 미중 패권경쟁의 요충지이자 미국 반도체 핵심 파트너인 대만의 총통 선거 결과는 우리 반도체 업계에 불똥을 튀길 수 있다.
인도네시아, 인도 등 우리 기업 진출이 활발한 신흥국에서도 지도자 교체에 따라 현지 투자 압박과 기존 정책의 기류 변화 가능성이 있다. EU 의회 선거에선 극우 돌풍 여파로 기후변화 대응에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고 각종 규제장벽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우 대선은 전쟁 장기화와 맞물려 에너지, 식료품 사업 등에 변수로 꼽힌다.
무엇보다 우리 산업계는 미국 대선에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중장기 현지 투자를 결단한 전기차·배터리·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핵심 대상이다.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기를 들며 업계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트럼프는 재선 시 '미국 우선주의'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호무역주의 정책 확대와 글로벌 무역 전쟁 확산을 우려하면서다. 이미 트럼프는 지난 2022년 8월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백지화와 10% 보편적 기본 관세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전 세계 교역 감소 자체가 마이너스"라며 "국가별, 지역별로 전략을 세분화해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전했다. UN무역개발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세계 무역 규모는 전년보다 4.65% 역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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