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최고조...韓, IRA 이후 대미 투자 20건 '최다'
韓전기차·배터리·태양광 타격...‘AMPC’ 규모축소 전망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올해 지구촌 선거가 K-산업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 중 하이라이트는 미국 대선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현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미국 러시를 펼친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 리스크에 숨을 죽이는 형국이다.
지난 2022년 8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이후 대미 투자를 지속 늘려온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 리스크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IRA 백지화를 시사한 트럼프가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IRA 발효 이후 1년간 해외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 중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 규모를 집계한 결과 한국이 20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위는 19건을 차지한 유럽연합(EU)이었다. 한국이 유럽 전역의 투자 규모를 제친 셈이다. 이어 일본 9건, 캐나다 5건, 대만 3건 순이었다.
IRA는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정책이다. 우리 기업들은 IRA 혜택과 친환경 사업의 시장성을 살펴 대규모 대미 투자를 결단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사전공약 성격의 '어젠다 47'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폐기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에너지 패권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당시 근로자들에 영상 메시지를 띄워 "대통령이 된다면 바이든의 전기차 정책을 끝낼 것이다"고도 했다. 이에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50%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바이든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때문에 현지 사업 확대에 발을 깊숙이 들인 전기차‧배터리 부문은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2일 발표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미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미국에 투자를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한국 기업들은 중대한 정치적 요인을 주요 변수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우선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예상 규모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 태양광 등의 첨단 제조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모듈과 셀을 기준으로 세액공제를 제공한다는 IRA의 세부 조항이다. 앞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2027년까지 이 조항으로 받게 될 혜택은 누적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전망은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핵심축으로 현지 전기차 판매 확대를 준비 중인 현대차그룹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트럼프 리스크,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대응 가능한 '플랜B'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건 한화 등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수익 측면에서 여전히 AMPC에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풍력·태양광 대신 에너지 가격 하락에 중점을 두고 원자력·석유·천연가스 생산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집회에서 "해상 풍력터빈 때문에 많은 고래가 죽는다"며 풍력발전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다만 IRA가 미 의회의 초당적 지지로 통과된 만큼 전면 무효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을 괴롭히는 건 트럼프의 불확실성이다. 기존 정책을 회귀하는 것에 더해 인물 자체의 불확실성도 기업의 향후 전략을 세우는 데 애를 먹게 한다. 한 전문가는 "트럼프는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지만 우방국에도 정치·외교·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선택을 할 여지가 있다"며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건 악재보다 불확실성"이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의 미국 내 지지와 별개로 그의 사법 리스크는 또 다른 변수로 거론된다. 트럼프는 여러 건의 형사소송에 연루돼 낙마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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