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통위 8회 연속 동결 유력
美 조기 긴축 종료 기대감 '멈칫'
"韓 인하 시점 3분기로 미뤄질 것"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의 금리 조기인하 기대감이 잦아들면서 시장의 이목이 오는 11일 열리는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8회 연속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8명이 한은 금통위가 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 2명은 0.25%포인트(p) 인하를 예상했다.
앞서 지난 3일 공개된 FOMC 의사록은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잠재웠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정책 전망에 대해 논의하면서 정책금리가 정점 또는 그 부근에 있을 것으로 봤지만, 실제 금리 인하가 일어날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의사록이 공개된 뒤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한풀 꺾였다. 블룸버그 터미널에 따르면, 미국이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의사록이 공개된 4일 67.8%로 집계됐다. 전날의 74.6%에서 하락한 것이다. 작년 말에는 이 수치가 88.3%까지 치솟았었던 걸 감안하면 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준 내부에서 조기 금리인하 신중론이 부각된 가운데 한은의 금리 인하 시계도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중물가 시대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은의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물가 상승 추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은 물론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느릴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상반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한은이 원하는 수준까지 내려오기 어렵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봐야 해서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둔화 기조와 부동산 PF 관련 여파 등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오는 6월 Fed의 금리 인하 이후 7월에 한은의 금리 인하 단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국내 물가 안정세 및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 시작 등으로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미온적 반응을 보일 공산이 크다"며 "조기 금리 인하 기대는 과도하지만 향후 6개월 이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