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 609조...비은행권 연체 급증
한은 “부동산 하방 리스크 산재... 태영建 외 추가 부실 가능성”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금융업권의 부동산 대출 익스포져(위험 노출 정도)가 커지고 있다. 특히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어 적극적인 부실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 받아 공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을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금융권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치로 전년 3분기(580조8000억원) 대비 4.8% 늘어났다. 2년 전(497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22.3% 급증했다. 건설업과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각각 115조7000억원, 49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의 지난해 3분기 건설업 대출 잔액은 53조6000억원으로 2021년 3분기(43조2000억원) 보다 24.07%(10조4000억원) 늘었다. 부동산업의 경우 299조2000억원으로 2년 새 49조9000억원 증가했다.
건전성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연체율(0.58%·0.15%)은 2015년 3분기(3.65%), 2010년 3분기(2.63%) 이후 각 8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두 업종 고정이하여신비율(0.92%·0.27%)도 2011년 1분기(10.23%), 2010년 3분기(6.35%)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비은행권 대출 리스크가 시스템 전체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7년 부동산 상승기 때 2금융권에서 경쟁적으로 대출 규모를 늘리면서 연체 리스크가 커졌고 위험이 누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상호금융조합 등의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2년 새 155조원에서 193조6000억원으로 24.9% 늘며 증가폭을 키웠다.
비은행권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각각 5.51%, 3.99%로 나타났다. 2022년 3분기(1.77%·1.55%)와 비교하면, 1년 사이 각각 3.1배, 2.6배로 급등했다.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의 경우 저축은행에서 건설업이 7.34%, 부동산업은 5.97%로 집계됐다. 1년 전(2.20%·2.52%)의 3.3배, 2.4배 수준이다.
부동산업은 2018년 4분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고, 건설업은 2013년 1분기(35.36%) 이후 10년 6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통계로 미뤄 현재 금융권의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 건전성 지표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전후 수년간 급등한 시기 이후 가장 나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건설·부동산업 연체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각 노력은 연체율 상승세를 제약하겠지만,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하방 리스크(위험)를 감안하면 연체율의 추가적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은은 “일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많은 예금취급기관의 경우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며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부실자산 상·매각 등을 통한 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하면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태영건설의 사례를 들며 현 단계에서 부동산 대출 리스크가 금융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태영건설 사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에서도 위험관리가 잘못된 대표 사례”라며 “태영건설 사태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한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의 시발점이 된 태영건설은 지난 11일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됐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급 등을 해주는 제도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회계법인을 선정해 태영건설의 자산, 부채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