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 착공과 동시에 적자 끌어안고 시작하는 수준이다."
최근 유찰된 대형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책정된 공사비로 수지 타산을 따지다가 끝내 응찰하지 않은 한 건설사 관계자의 말이다. 주택 경기 침체로 보릿고개를 넘는 건설업계에 일감을 내주기 위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올해 SOC 예산의 65% 수준인 12조4000억원을 조기 집행하겠다고 나섰지만, 연초 쏟아진 굵직굵직한 SOC 입찰 건들은 모조리 유찰되고 있다. 총공사비만 9936억원인 서울 대심도 빗물 배수 터널공사(강남역·광화문 등)를 비롯해 6169억원 규모 일산 킨텍스 제3전시장 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 외에도 서울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2공구 공사(3170억원)까지 1000억~3000억원대 공사비가 책정된 중대형 사업 총 8건에서도 시공을 맡겠다는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시공사 물망에 올랐지만, 최종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은 대형사를 비롯해 관급 토목 공사에 일가견이 있는 중견 건설사도 많았다. 한 불참업체 관계자는 "공고된 공사비는 표면적인 것일 뿐 경쟁 입찰을 거친 낙찰가는 기존 공사비보다 적어도 10%는 깎인다"면서 "시공 원가는 10%~20%씩 오르고 있지만 그나마 낫다는 관급공사마저 물가 인상분 이상은 절대 반영이 안해주는 구조"라고 귀띔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