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금융당국이 신용·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세번째로 내 놓은 갈아타기 서비스인 전·월세보증금 대환대출 시행 첫날 예상과 다르게 수요가 몰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갈아타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 대출 환승으로 이어지는 케이스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보다 크게 적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1일 은행업계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전·월세보증금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행된 첫날 대환대출 문의나 신청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 창구는 한산했고 온라인이나 전화 문의도 많지 않다고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들이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한 관계자는 “대출을 갈아타기 위한 제약 조건이 많아 신청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며 “대출 기간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비해 길지 않은 점 등이 작용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을 제외하고도 임차인, 임대인, 보증보험 등 3자 이해관계 주체가 있는 만큼 이를 조율하는 것도 신청을 꺼리게 하는 요소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출을 갈아탈 경우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도 걸림돌이다. 대출 시행 후 너무 이른 기간에 대환대출을 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이자 절감액을 초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다른 대출로 갈아탈 경우 중도상환수수료까지 고려해 실익을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강화된 스트레스 총부채상환원리금(DSR)이 적용되기 전에 대환대출을 하려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DSR은 대출받은 사람이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행 은행 대출에 40%, 비은행 대출에 50%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면 총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12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전·월세대환대출 시장을 놓고 당분간 은행권의 대출 금리 조정 ‘눈치게임’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참여 금융회사는 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기업, 국민, 하나, 대구, 부산, 광주, 전북, 경남, 제주, 케이, 카카오, 수협, 토스, 씨티 등 18개 은행과 삼성생명, 삼성화재, 롯데손보 등 3개 보험사다. 연 3%대 중후반 대 대환대출 상품도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 초반에도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린 상품을 선보였던 바 있다.
이번 정부 정책으로 대환대출의 저금리 혜택를 받은 차주의 범위가 늘어 나는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도 눈에 띈다.
KB국민은행은 당행으로 전세대출을 갈아탄 고객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2월 29일까지 KB스타뱅킹 대출이동서비스에서 전세대출 한도 및 금리를 조회하고 4월 3일까지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완료한 고객 전원에게 최대 30만원의 이른바 ‘KB복(福)비’를 지급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시기 금융소비자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전세대출 대출이동서비스의 출시를 기념해 이번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기존과는 다른 ‘전월세보증금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내세웠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그간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더 나은 대출조건이 나오더라도 이사나 보증금 증액 등이 아니면 대환이 어려워 금리 상승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HF 일반·청년부터 SGI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상품을 경쟁력 있게 취급함으로써 금리 인상기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에 따르면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지난 9일 개시된 후 14영업일간 모두 1만6297명의 차주가 2조9000억원의 낮은 금리 대환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갈아타기가 최종 완료된 차주는 1738명으로, 갈아탄 대출은 3346억원 규모다. 갈아탄 차주는 평균 1.55%포인트의 금리하락과 1인당 연간 298만원의 이자 절감효과가 발생했다. 신용점부도 평균 32점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