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경쟁 과열에 제동...손보사가 잠식한 제3보험으로 환승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금융당국이 생보사의 단기납종신 보험의 환급률 상향에 제동을 걸면서 보험사들이 건강보험 등 제3보험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다만 이 시장은 손해보험사가 이미 70%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보험 소비자의 실질적인 후생을 위한 공정한 경쟁이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지난달 26일을 기점으로 환급률 130%대 상품인 단기납종신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생명의 판매 중단을 시작으로 이 상품을 판매하던 9개 생보사 모두 판매를 멈췄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 기간을 10년 미만으로 대폭 줄이고, 납입 완료 후에 3년 이상 가입을 유지하면 납입 보험료의 약 130%를 중간에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환급률을 높이면서 신규 가입자가 최근 크게 늘었다. 이들 생보사의 판매 중단 배경에는 금융당국 압박이 있다. 생보사들의 환급률 경쟁이 업계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를 우려한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2일부터 각 보험사에 대한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년 미만 단기납종신의 납입 완료 시점 환급률을 100% 미만으로 제한했던 바 있다. 당국의 압박에 생보사들은 제3보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종신보험 등 주력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시장 매력이 떨어진 점도 한몫했다. 제3보험은 건강보험, 암보험을 비롯해 어린이보험 등 사람의 질병·상해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다만 현재 손해보험사가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한 시장인 만큼 업계 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2일 ‘다(多)모은 건강보험 필요한 보장만 쏙쏙 S1′을 출시했다. 고객이 필요한 보장만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상품으로 삼성생명 상품 중 가장 많은 144개의 특약이 신설됐다. 한화생명도 같은 날 암·뇌·심장 등 주요 질병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는 동시에 보험료는 절반 수준으로 낮춘 ‘The H 건강보험’을 선보였다. 신한라이프는 ‘신한 통합건강보장보험 원’을, 교보생명은 암보험을, 동양생명은 수술치료보험을 각각 내놨다. 업계에서는 생보사의 시장 개척에는 긍정하면서도 공정한 경쟁이 전제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앞서 지난해 12월 하나생명을 시작으로 중소형 생보사들이 환급률을 130%로 줄줄이 올렸다. 신한라이프는 지난달 15일 단기납 종신보험 5년납과 10년납 환급률을 133%로 올렸다. 7년 납입 상품도 기존 130%에서 135%로 인상했다. 7년납 10년 환급률 기준 교보생명의 환급률은 131.1%(5년납은 131.5%), 한화생명은 130.5%(5년납은 130.7%), 농협생명은 133%, 푸본현대생명은 131.2%, 하나생명은 130.8% 등이다. 보험사들이 이 상품 판매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지난해부터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에서는 보장성 보험 판매가 단기 실적 개선에 유리해서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